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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과실에서의 중금속 검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들이 날마다 먹고 있는 곡류와 채소·과실 등에 독기이나 다름없는 중금속이 묻어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런데 이 같은 걱정은 불행히도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현실적인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가기관의 조사로 밝혀졌으니 여간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국립보건연구원 식품위생연구「팀」이 30일 밝힌 조사보고에 따르면 고구마·팥·조·밤·감·밀감·당근 등 7개 주요농산물에 수은·납·망간·구리·아연·비소 등 6종의 유해중금속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환경오염의 척도로 비중이 큰 「카드륨」은 검출되지 않았고, 또 오염치도 외국의 허용기준엔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번 결과는 농약사용이 비교적 적은 지역의 농산물을 시료로 오염치를 측정하였다는 점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경종이 울려진 것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하기야 농약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감(시)에서까지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잔류농업화로 인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감나무 자체가 갖고 있는 기초성분일지도 모른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고 보면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사람의 몸에 해로운 비소 같은 중금속도 사실은 인체에 필요한 원소이며, 다만 그 함량의 다과가 문제로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중금속검출이 잔류농축에서 생겨난 중금속 오염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절대로 방심하거나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더욱이 쌀에서도 다량의 수은이 검출되고 사과·배 등의 과실과 무·배추 등 채소를 잘 씻지 않고 먹은 사람들이 농약에 중독 됐다는 보도도 없지 않았을 뿐더러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은 다만 7개 농산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농산물·축산물에 포함돼 있을 것이 명백한 것이다.
우리들이 즐겨먹는 밀감껍질 만이 아니라 밀감 속에까지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으며, 가뜩이나 유해·유해식품의 범람 속에서 식품「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한 시민들은 이제 정말 무엇하나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농약의존농업에의 반성이다.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은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업으로, 당연히 농작물의 병충해에 대한 약체화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화학비료「플러스」농약이라는 근대 영농방식에 있어서의 증산은 긴 눈으로 보면 토양의 오염, 농토의 황폐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독성의 농약을 개발해야하며, 특히 수확기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미·일 등 선진국가에선 딸기가 결실되면 농약을 살포치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선 사과 등의 낙과방지와 착색촉진을 위해서 2·45-TR 등을 사용하고있다는 것이니 이 같은 일은 빨리 시정돼야할 일이다.
다음은 잔류농약을 규제하기 위해 선진제국처럼 잔류농약 량을 정하고 「식품·첨가물 등의 규격기준」에서 철저히 규제해야한다. 그리고 출하전의 잔류농약의 엄격한 검사와 시판 품의 수시 검사도 실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 나라의 실정에 알맞는 오염기준치 설정이 빨리 이뤄져야 하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이미 오래 전에 농약의 하루 인체섭취 허용량을 정하고 유기수은 등의 잔류를 금지하고 있는 터이다. 우리도 이 수치를 바탕으로 충분한 안전량을 계산에 넣고 허용한도를 결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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