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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 5만9천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소년들을 어떻게 하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인류의 오래된 공통적 염원이지만, 최근에는 해를 거듭 할수록 격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가 그 성질에 있어서 마저 흉악·난폭화 해가고 대형화·집단화 해 가는 경향이 두드러짐에 따라 더욱 절실하게 그 해답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구체적으로 75년 청소년 범죄는 5만9천건으로 70년의 3만9천건에 비해 무려 52%가 증가했으며 전체 범죄의 30%를 점하게 되었다.
이 경찰 집계에는 특히 폭력이 45%로 가장 많고, 그밖에 절도·강도·상해·강간이 그 뒤를 잇는 등 범죄의 유형도 다양화 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더러 살인이 70년의 52건에서 75년엔 85건으로, 5백46건이던 강도는 1천5건으로, 4백86건이던 강간은 8백58건으로 각각 크게 늘어나 범죄의 질적 악화를 실감케 한다.
이 같은 청소년 범죄 추세는 우리 사회의 안정과 국가 장래를 크게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거국적인 관심을 쏟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사춘기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극에 민감하며 몹시 관념적인 반면, 격정으로 흐르기도 쉽기 때문에 사회 환경의 부조리와 타락상에 쉽게 촉발되는 것이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범죄 동기는 대개의 경우 유흥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등 우발적인 것이지만, 개중에는 상당수가 가정 불화·유혹·허영심·사행심 때문에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요컨대 사회 환경의 오염이 곧 청소년들의 비행을 기르는 온상임을 명백히 인식해야함 필요성음 말해준다.
이는 다시 말해 오늘의 우리 가정과 학교 및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경종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건전한 사회 기풍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성인 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 일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먼저 청소년들이 내일에 대해서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성인 사회를 정화하며, 청소년들의 불평과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의 구현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하겠다.
어른들이 불공정과 향락 위주의 생활 태도로 일관하는데 어찌 젊은이들만이 높은 이상과 가치를 설정하고 인간 수련에 골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어른들 사회가 불공정하고 위선에 가득 차 있으면서 학교나 교회나 가정이 젊은이들에게 일방적인 절제의 윤리만을 강조한다면 이들이 어찌 이를 진부한 넋두리나 무의미한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같이 사회 전체가 반생 해야 할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청소년은 특히 무조건 복종의 윤리를 거부하는 의식과 행동 가운데서 무절제와 방종을 보장받는다는 오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야말로 오히려 독립적 행동과 자율 정신이 강조되어야 하겠으며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수련에 엄격해야할 것이다.
사회 환경이 어둡고 추악하다해서 청소년 자신마저 덩달아 비행과 일탈 행동에 탐닉하는 것이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60%를 점하는 청소년들이 그 현실적인 비중에 비추어, 또 미래의 담당자임을 인식할 때 이들이 건전하게 자라나도록 청소년들 자신과 사회 전체가 협조하는 노력이 지금처럼 절실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하겠다.
청소년들이 사회의 사랑 속에서 알찬 인간으로 영글어 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사회의 도덕적 기풍을 고양하는데 앞장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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