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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의 핵 전략이 노리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공은 지난 17일 신양 자치구 「로프·노르」(나포박)에서 1964년이래 21번째의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번의 4「메가톤」급 수폭 실험은 중공이 드디어 대륙간 유도탄 (ICBM)의 개발 단계에 돌입했음을 반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공은 이미 75년11월, 제4호 인공위성의 회수에 성공함으로써 ICBM개발에 필요한 내열합금의 제조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 ICBM이라는 고도의 핵 운반 수단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중공은 미·소에 의한 핵 독점 체제를 타파하려는 그들의 오랜 목표에 한 걸음 더 접근하게 된 셈이다.
1964년 중공이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그들의 전략 목표는 소련보다는 역시 미국이었다. 그 점은 『중공의 핵 소유는 세계 혁명에 커다란 격려가 될 것』이라고 한 그 당시의 인민일보 사설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한 기조는 60년대 말까지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으며 이번의 신화사 발표문도 『제국주의자』라는 말을 첫머리에 올려놓음으로서 그들이 여전히 미국을 가상적으로 삼고 있다는 원칙적인 자세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그들은 이에 덧붙여 『수정주의자와 반동』이란 말을 첨가함으로써 이제는 소련과 아마도 인도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공의 핵 전략이 노리고 있는 일관된 목표는 미·소의 핵 독점과 미·소 주도의「데탕트」를 교란시키고, 소련의 기습 공격에 대처하는 동시 인도와 일본 등 주변 나라에 대한 전략적 우위 추구에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겠다.
사실상 중공이 만약 또 하나의 핵 대국으로 부상할 경우, 미국·소련·아시아·동서구·「아프리카」는 모두가 중공 ICBM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그것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과소 평가 할 수 없는 것이다. 우선 미·소간의 전략 무기 제한 협상 (SALT)과 그에 바탕을 둔 현존의 세계 질서는 사실상 불안정해진다. 미·소가 중공까지를 불러다 놓고 SALT를 다시 시작하든지, 아니면 다국간의 끝없는 핵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국에 대한 미·소의 견제력이나 통제력은 자연히 약화되게 마련이고, 인-「파」 전쟁이나 중동 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대국형 분쟁 억제 방식이라는 「데탕트」 논리는 빛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공이 핵 대국화 하는데 인도나 일본이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핵 보유국이 늘어날수록 대국형 현상 안정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중공으로서는 핵 대국으로 부상해감에 따라 제3세계의 반미·반소 기운을 보다 더 전투적으로 부채질하고, 가상하여 「이집트」 같은 나라에 핵 기술을 가르쳐 주려할지도 모른다. 1965년4월9일자 「뉴욕·타임스」지는 이미 「이집트」의 기술자들이 중공의 핵 기지에서 훈련을 받기 위해 파견되리라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 반도에 핵이 등장한다는 것은 화약고에 불씨를 돋워 놓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공이 만약 핵 능력을 자신의 제3세계론에 접합시키고 중소국들의 핵 확산이 늘어간다면 문제는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중공은 소련을 주적으로 삼고 있어 소련보다는 미국에 더 유화적이며 중공의 핵 능력 자체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친 기우는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중공의 핵 능력이 갈수록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은 지금부터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더군다나 한국·「오끼나와」·「괌」 도·「티니안」도에 산재한 미국의 서 태평양 방위력을 어떻게 중공 ICBM이나 IRBM으로부터 잘 방어하느냐하는 문제는 우리에게도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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