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는 은근히 강하다. 국민 세단으로 불리는 쏘나타처럼 수식어를 달진 못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신차·중고차 시장에서 국민 세단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신형 쏘나타 출시를 기다리는 틈을 타 그랜저는 1분기 신차 등록(2만6426대) 1위를 차지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중고차 거래의 30%가 거쳐가는 SK엔카 사이트에서 1분기 가장 많은 매물이 나온 차는 그랜저 HG(5564대)였다. 3위인 그랜저 TG(4738대)를 합하면 1만 대가 넘는다. 그랜저 HG의 4월 둘째 주 중고차 시세(240 럭셔리 기준)는 2012년식이 2460만원, 2011년식이 2230만원이었다. 최현석 SK엔카 마케팅부문장은 “거래가 많으면 가격이 안정적이고 선택할 수 있는 모델도 많다”며 “대·중·소형 각 부문에서 많이 거래되는 차부터 살펴보면 중고차를 살 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차에선 아반떼MD의 거래가 많다. 3년 전 차가 1200만원 선(M16 GDI 럭셔리)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의 모닝은 초보·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높았다. 수입차는 ‘강남 쏘나타’라고 불리는 BMW5 시리즈가 중고차 매물도 많았다. 520d 2011년식이 3990만원이었다.
새 차 대비 차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감가율도 새 차든 중고차든 차를 살 때 눈여겨볼 지표다. 나중에 다시 팔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새 차 같은 중고차라고 할 수 있는 2013년식 중 감가율이 가장 낮은 차는 현대차 그랜저 HG 240 모던(8.37%)이었다. 3년 이상 된 차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목적 차량의 득세가 두드러졌다. 2011년식 기아 스포티지R과 그랜드 카니발은 감가율이 25% 미만이었다. 2009년식은 기아 쏘렌토R, 기아 모하비, 현대 투싼 ix가 차값이 덜 떨어진 차 ‘톱 3’에 꼽혔다.
◆어떻게 조사했나=4월 둘째 주 SK엔카 등록 매물 중 연간 주행거리 1만5000~2만㎞, 자동 변속기 차량을 대상으로 시세를 집계했다. 거래량이 너무 적은 차(월 매물 50대 미만)는 제외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