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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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분식 날이 새해부터 없어질지도 모른다. 봉급 생활자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돈다. 한 주에 두번씩 치르던 고역이 없어진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식사했느냐고 물을 때 『밥 먹었느냐?』고 묻는다.
식사라면 으례 밥을 뜻한다. 밥을 먹어야 먹은 기분이 드는 우리다.
분식 날에 먹을 수 있는 점심이란 「빵」과 면류다.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고, 단것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은 분식을 별로 고통스레 여기지 않는다. 그렇잖은 사람들은 자장면이나 우동집으로 간다. 싼 맛에 먹는 것이다. 또 그것 밖에 먹을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면의 원조는 중국이다. 여기서는 기원전 5천년부터 있었다.
처음에는 색병이라하여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꽈배기 같은 과자였던가 보다.
우동이라는 것도 사실은 중국에 예부터 있던 「곤돈」이란 업자가 시작이었다. 더운 맛에 먹는 것이기 때문에 「온돈」이라 이름이 바뀌어지고 이를 일본 사람들이 「우동」이라 부른 모양이다.
「이탈리아」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카로니」 「스파게티」 등도 원래는 중국에 다녀온 독일인이 14세기초에 퍼뜨린 것이다.
그러나 메일 국수만은 한국이 원조다. 덕천시대의 초기에 일본에 건너간 한국의 한 승려가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 국수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밀가루는 몸에 좋다. 분식을 장려한 뜻도 본래는 여기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밀가루도 밀가루 나름이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살균을 겸해 표백한 것들이다. 그만큼 영양가가 덜한 것이다.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제빵용 밀가루의 표백을 금하고 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75%이상의 정백이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표백된 빵은 맛도 없다. 「비타민」 B는 물론이요, 「아미노산」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밀가루는 거저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해마다 60억원 이상의 돈을 주고 사들여 오는 것이다.
따라서 쌀·보리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이상 분식 장려의 뜻으로 무미일을 지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탈은 쌀밥만으로 충분한 영양가가 섭취될 수 없다는데 있다.
1882년 임오병란이 일어났을 당시 인천에 있던 일본 군함 승무원들 사이에 병사자가 속출했다. 까닭을 알아본 즉 흰쌀밥이 병인이었다.
예전에 유행하던 각기병이 이제는 드물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흰밥보다는 잡곡밥이며 7분도 밥이 더 좋다.
그러나 아무리 잡곡밥이라고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형편은 못된다. 쌀값이 비싼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농약 때문에 쌀알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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