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의 약(꽃가루 주머니) 배양에 성공|원자력연구소 한창렬 박사 팀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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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원자력연구소 한창렬 박사(59·유전 육종학 연구실장) 「팀」은 세계최초로 수정을 시키지 않고 도라지의 꽃가루만으로 인공 배양하는 약 배양에 성공, 식물품종개량에 획기적인 개가를 올렸다.
한 박사 「팀」은 지난 6월 감수분열 직후의 도라지의 미숙화분(소포자)을 15종의 무기화합물. 5종의 「비타민」, 3종의 「아미노」산, 식물 「호르몬」인 「옥신」(2·4D)과 「사이트카이닌」(카이니친) 등으로 만든 배양기에 넣어 배양, 5개월만에 개량품종의 도라지를 기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고등식물은 으레 꽃의 암술과 수술이 있어야 수정이 되어 싹이 나오고 성장하게 된다. 식물의 품종을 개량하고 싶을 때 이와 같은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하면 개량종을 얻는데 최소한 6∼8대를 재배해야 한다. 결국 10년 이상 걸려도 만족스런 품종을 얻기 힘들다.
그런데 식물의 꽃에서 장차 꽃가루가 될 미립체의 주머니(약)를 떼어 시험관 안에서 인공적으로 기르면(이를 약배양이라고 함) 빠르면 3∼4개월, 늦어도 1년 안에 품종개량이 가능해진다.
또 이 기술을 벼·보리·밀 등 농작물에 이용하면 육종 연한을 3분의 1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배추·고추 등 원예작물도 좋은 품종을 싼값으로 다량수확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육종학자들은 최근 10년간 이 연구에 열을 쏟고 있다.
또 임목·과수 등도 체계적·과학적으로 육종할 수 있으며 돌연변이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실 안에서도 항상 품종개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 배양은 난세포와 수정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지금까지 성공한 것은 30여 종에 불과하다.
최초의 약 배양 성공식물은 66년 인도의 육종학자 「마헤시와리」박사「팀」에 의한 독말풀. 그 후 두 번째로 67년에 「프랑스」의 「니체」에 의해 담배가, 68년에는 일본의 「니이제끼」박사(씨 없는 수박 등을 만든 세계적 육종학자 고 우장춘 박사의 사위)가 세 번째로 벼의 약 배양에 성공을 거두었으며 우리 나라는 69년 벼·담배에 이어 까마중(71년)과 고추(74년)가 역시 한 박사「팀」에 의해 수행되어 세계 육종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는데 이번 도라지의 성공으로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로 약 배양에 성공한 식물은 까마중·고추에 이어 3종으로 늘어난 셈이다.
국내 농학박사(육종) 1호이기도 한 한 박사는 그동안 약 배양 실험 중 무·배추·「토마토」·수박 등 20여 종에 대해선 실패했다면서 배양액 성분으로서 효과가 좋은 야자열매의 즙액인 「코코너트밀크」(CM)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애로라고.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는 한 박사는 또 외국에서는 활발한 조직배양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관심도 적고 연구인구도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이 달 25일쯤 「아시아」대양주육종학회(SABRAO)에 보고한 후 계속해서 보리와 아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바 없는 작약·철쭉 등 3종에 대한 실험을 곧 착수하겠다고 그 다음 계획을 밝혔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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