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일은행 3인조 강도 모두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파주=장홍근·정일상 기자】제일은행 남대문지점 3인조 권총 강도사건의 범인들이 사건발생 78일만에 모두 잡혔다. 경기도 파주경찰서는 11일 김명덕(22·주거부정) 이형복(23·파주군 금촌읍 금촌리 산17·전과1범) 홍오준(20·구속중·파주군 문산읍 선유리898·전과1범)등 일당3명과 이 일당에 추가로 가담한 윤명중(20·문산읍 문산2리 산7·전과1범) 등 모두 4명을 특수강도·총포화약류 단속법위반·범죄 단체조직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범행에 사용한 사제 권총 1정, 사제 권총실탄 6발, 사제 권총실탄 미완성품 45발, 72알들이 딱총화약 21장, 여행용 밤색 「비닐」 가방 1개 등을 압수했다.
범인가운데 홍은 지난 9월17일 TV를 훔치다 붙들려 현재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송치, 공판 중에 있다.
주범 김 등은 경찰에 붙들리자 『한탕 벌어 잘 살아 보려했다』면서 『10일 낮 서울 마포 경찰서 옆 중소기업은행 마포지점을 또 다시 털려다 경비가 삼엄해 포기했다』고 태연히 털어놨다.
이들은 또 『빼앗은 돈으로 그동안 여자와 진탕 놀았으니 한이 없으나 계획했던 제2 범행을 못해 아쉽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검거 경위>1명은 절도로 잡혀
파주경찰서 문산지서 이복렬 순경(30)은 9윌17일 공범인 홍을 은행 강도전인 7월17일 TV 1대를 훔쳐 판 혐의로 검거했으나 은행 강도사실은 캐내지 못했다.
이때 이 순경에 정보를 제공한 주민이 최근 『홍의 친구인 이·윤 등이 요즘 이의 애인 조모양(22·선유리) 집에 자주 모이며 이곳에는 낯모르는 얼굴(주범 김)이 낀다』 알려주었고, 11일 상오 10시30분쯤에는 이 주민이 지서에 달려와 『이들이 한진 지하다방에 모여있다.』고 알려줘 이 순경은 지서장 이상렬 경위(39)와 배성진 순경(33) 등과 함께 나가 11시쯤 이·윤 등 2명을 모두 붙잡았다.
이들은 처음 범행을 부인했으나 이 순경이 『공범 홍이 모두 불었다.』고 넘겨짚어 윽박지르고 이사이 배 순경이 조양집 장롱서랍에서 「비닐」가방과 딱총 화약을 발견, 이를 제시하며 『은행 강도 범행을 자백하라.』고 추궁하자 이가 자백하게 된 것.
경찰은 이들에게 주범 김의 소재를 추궁, 『김이 정오쯤 서울에서 기차로 문산에 도착한다.』는 자백을 받고 문산역에 잠복 중 기차에서 내리는 김을 붙잡게 된 것.
주범 김은 이때 제일은행 남대문지점 범행 때 사용했던 사제권총과 사제실탄·딱총 등을 몸 속에 숨겨 갖고 있었다.
김은 경찰에 붙들린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났다. 순순히 자백할 테니 거칠게 다루지 말라.』면서 두 손을 내밀어 수갑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11일 하오 10시30분 경찰이 문산에서 검거한 이를 의정부교도소로 데려가 수감중인 홍과 대질시키자 홍은 이에게 『나는 먼저 구속됐으나 은행강도는 밝히지 않았다. 못난 놈들 같으니…』라고 면박을 준 후 껄껄 웃으며 『이제 잡혔으니 모든 것을 털어 놓으라.』고 말했다.
이때 이가 『네가 다 말한 줄 알았다.』고 대꾸하자 홍은 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도피 경위>
김·이·홍 등 3명은 범행 후 한진 고속「버스·터미널」뒷길을 통해 서울역 옆 염천교에서 만나 「택시」를 잡아타고 신촌역으로 달아났다.
이들은 「택시」를 타기 전 길 가던 행인들에게 『강도가 저쪽으로 달아났다.』면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경기도 고양군 중이 백마역에서 내린 범인들은 인근 논으로 들어가 빼앗은 돈을 3등분하여 40여 만원씩 나눠 가진 후 각각 헤어졌다.
주범 김은 그곳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빼앗은 돈과 권총 등을 가방에 넣고 파주군 문산읍으로 피신, 3일 동안 창녀촌에서 지냈다.
이때 권총은 경기도 부천시의 작은형 집에 숨겨뒀다.
공범 이는 범행 후 금촌에 있는 어머니 집에 들러 1주일을 지낸 뒤 서울로 돌아와 1개월 동안 유흥가·사창가에서 지내고 돈이 떨어지자 다시 금촌에 내려와 집에서 숨어 지냈다.
공범 홍 역시 사창가 등지에서 피신해 다니다 9월17일 문산읍 선유리에서 TV 1대를 훔치다 경찰에 붙들려 현재 재판 중에 있다.

<범행권총>탄환은 안 나가는 것
이 권총은 주범 김이 71년 서울 서대문구 성산동 영신 「캐비닛」공장에 재단공으로 근무할 당시 만든 것으로 크기는 45구경미제권총과 같으며 모양은 38구경 「리벌버」권총과 비슷하다.
또 탄알은 M1 소총의 탄알 밑 부분에 구멍을 뚫어 딱총화약을 넣은 것으로 격발 때 탄알은 나가지 않고 폭음과 연기만 나게 돼있다.

<범행 경위>치밀한 범행 계획
8월15일 문산에서 만난 범인들은 파주 쪽으로 달아나기 쉬운 제일은행 남대문지점을 선택, 3차례나 예행연습을 했다.
1차는 범인 김이 범행 1주일 전에 은행 안에 혼자 들어가 침입로·도주로·내부구조 등을 자세히 관찰하고 3일 후에는 3명이 함께 가 2차례나 본격적인 예행 연습을 가진 것.
범행 당일에는 연습한대로 주범 김은 별단 창구 앞에서 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 고객 행원들을 위협하고 홍은 칼을 들고 이들이 반항하거나 신고하지 못하도록 후문 쪽에서 10여m를 서성거리고 있었으며 이틈에 가방을 든 이가 창구에 있던 돈을 챙겨 예정「코스」인 정문과 비상구 등으로 나누어 도주한 것이다.

<범인 주변>둘은 캐비닛 제조공
이는 중학교를 졸업했으나 주범 김 등 3명은 국민학교만 졸업한 뒤 「캐비닛」공장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
주범 김은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에 아버지(64) 어머니(54) 등이 누이동생(18)과 살고 있으나 가정이 어려워 큰형(31) 등 형4명이 서울·인천·부천 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김은 8년 전 성남 N국교를 졸업, 단신 상경하여 서울에서 「캐비닛」공장·철공 공장을 옮겨다녔다.
공범 이는 9년 전 문산 M중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어머니(43)·형2명·누나 등과 함께 지내며 문산 최모씨가 경영하는 「캐비닛」공장에서 일하며 가계를 도왔다.
이는 지난해 5월 사기죄로 파주 경찰서에 구속돼 서울지법 의정부 지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 유예1년형을 받은바 있다. 공범 윤은 6년 전 문산읍 M국교를 졸업, 상경하여 서울도봉구 상계2동 동성건업사에서 간판 제작공으로 일해오다 지난해 3월 의정부경찰서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됐다가 3개월만에 기소유예로 풀려난 뒤 집에서 놀고 지냈다.

<수훈의 트리오>표창 받은 모범경찰
이번 사건은 경찰의 정보망이 사건해결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시켰다.
사건해결의 주역인 이복렬 순경은 기지촌이며 우범자가 많은 문산의 특성을 항상 머리에 두고 지난 3윌20일 문산 지서에 전임 후 곳곳에 긴밀한 주민 정보망을 쳐두었다.
이 때문에 공범 홍을 절도범으로라도 미리 검거했으며 이 정보제공자의 협조 아래 또다시 개가를 올리게 된 것.
이 순경은 『처음 제보로는 단순한 절도범으로 알았으나 딱총화약이 발견된 순간 은행 강도범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순경은 66년 양주군 지제상고를 졸업, 71년4월 경찰에 투신한 후 74년 경찰의 날에 서장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 그동안 5차례 표창을 받았으며 얼마 전 경장승진시험에 합격, 곧 승진될 예정이었다.
가족으로는 부인 박영숙씨(37)가 있다.
이상렬 경위는 60년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 64년8월 순경으로 경찰에 들어온 뒤 67년 경사승진, 70년8월 경위승진시험을 거쳐 간부가 됐다.
74년 국무총리표창 등 16회 표창을 받았고 부인 안영자씨(37)와 두 아들이 있다.
배성진 순경은 65년 광주 조대부고를 졸업, 65년4월 순경으로 들어가 지난해 광복절 때 서장 표창을 5회 표창을 받았다.
5개월 전 결혼, 노부모를 모시고 있다.

<세 경관 특진>
내무부는 11일 제일은행 남대문지점 강도사건을 해결한 파주경찰서 문산 지서장 이상열 경위와 이복열·배성진 순경 등 3명을 1계급 특진 시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