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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붕 7광구의 단독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도 어쩌면 산유국이 될지 모르겠다던 연초의 설렘이 이제는 거의 진정되어 가는 것 같다. 그동안 추진되었던 포항 일대의 시추결과에 대해서는 별 신통한 속보가 없고, 오히려 서해 쪽 대륙붕 탐사를 맡았던 외국회사들로부터는 광구가 반납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유망한 후보지로 제주도 남쪽 대륙붕 7광구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동안의 짧은 경험에 비추어 7광구라 해서 과연 석유가 펑펑 쏟아질는지는 물론 미지수다.
그러나 원유의 도입에 막대한 외화를 소비하는 우리로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는 한 석유채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대륙붕 7광구는 지난 68년 「에카페」의 기초 탐사이후 석유의 보고로 지목된 곳이다. 금년 초 일본의 「요미우리」신문도 이곳 대륙붕에 50억t 이상의 원유가 매장되었으리라는 조사결과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벌써 6년째 이곳에서 손을 못쓰고 있다. 초기의 3년간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때문이었고, 최근 3년간은 한·일간에 체결된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에 대해 일본의회의 비준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벌써 몇 차례 다음 국회에서는 꼭 비준을 하겠으니 몇 달만 참아달라는 식으로 3년을 끌어왔다. 그러던 차, 또 이번에는 일본 중의원의원의 임기가 끝나 비준동의안 자체가 폐기되는 통에 새로운 국회제출 절차를 밟아야 하게까지 되었다.
이는 한마디로 외교관례를 깨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74년 1월에 체결돼, 한국 측이 그 해 12월 국회비준을 끝낸 협정의 처리를 이렇게 무작정 늦추는 것은 국가간의 신의를 저버린 무례한 행동으로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렇게되면 우리측에서도 부득이 자구조치를 취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자구조치라면 그것은 바로 단독개발을 강행하자는 것이다.
원래 한·일간에 대륙붕교섭이 시작된 72년부터 우리정부 측은 석유개발의 시급성에 비추어 일단 단독개발에 착수해야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간청을 고려해 여지껏 지연되어 온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만큼 기다렸으면 일본정부로서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이 이상 더 기다린다는 것은 호혜적인 양보를 넘는 굴욕이 아닌가 하는 의념 마저 든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7광구의 단독개발준비를 끝냈다고 공언한 바도 있으니 엄포라는 인상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일단 단독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독개발을 한다해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우리에겐 하등 꿀릴 것이 없다.
「유엔」해양법 회의에서도 대륙붕에 대한 연안국의 관할권의 범위가 대륙 변계에까지 미친다는 것이 대세여서 경계확정 기준으로 중간 선을 주장하는 일본보다는 육지 영토의 자연연장을 내세워 온 우리의 입장이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다. 또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의 테두리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단독개발은 협정에 규정된 단독위험부담 작업의 법리와 유사하다.
때문에 일본이 대륙붕협정의 비준을 무작정 늦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설혹 빠른 시일 안에 비준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단독개발이 크게 문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이 체결된 이상 한·일 양국의 공동개발이 바람직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무작정 일본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기에는 이미 너무 시간이 흘렀다.
일본의 비준이 늦어진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우리의 큰 기대가 걸린 대륙붕 7광구의 개발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을 재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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