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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재난대책 사령탑, 현장형·맞춤형이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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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구조된 사람의 숫자나 ‘구조대의 선내 진입 여부’를 놓고 정부기관의 발표가 엇갈리는 등 일부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일로 정부에 대한 실종자 가족의 불신이 가중됐다. 가족들이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집단행동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의 혼선은 대책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현장과 동떨어져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에는 관례대로 안전행정부에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다 혼선이 생기자 50여 시간 만에 총리가 현장에서 지휘해 범부처대책본부로 사령탑을 바꾸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안행부·해경·해군·해양수산부의 체계적인 협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사고에 따라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관과 지원 기관이 달라야 한다. 홍수나 가뭄 같은 전국적인 자연재해의 대처에는 행정력 동원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안행부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지휘탑을 맡으면 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같은 사고는 다르다. 이런 사고의 초기에는 수색과 구조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바다 사고’를 제일 잘 아는 해경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무총리는 정부 중앙재해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지면 총리가 지시해 해경을 컨트롤 타워로 삼고 안행부·해수부·해군 등을 지원·보조 기관으로 정리하면 대응체계의 효율을 기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런 조치가 미숙했다.

 정부의 대응 미숙이 제기되자 새누리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난안전처나 재난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이 터지면 정부기관부터 새로 만들고보자는 구습(舊習)이다. 조금 있으면 정치권은 감투를 챙길 수 있는 국회 특위부터 만들자고 나설지 모른다. 현재 있는 기관이나 매뉴얼만 잘 활용해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기구를 신설하면 예산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와 밥그릇 싸움을 초래할 것이다. 총리의 지휘로 사고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대책본부를 만드는 ‘기동군 체제’가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