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들이「프랑코」를 납치해 가지고 현금 1천만「페세타」를 24시간 안에 지정된 장소에 갖다 놓으라고 요구했다. 『만일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하고 그들은 끔찍한 공갈을 쳤다.
『「프랑코」를 당장 석방해 너희들에게 돌려보내겠다』고.
「마드리드」시의 서점에서 본「파리」에서 출판된『프랑코」하의「스페인」의「유머」』라는 책 장에서 언뜻 본 우스개 소리다.
「캄비오」16이라는 주간지엔 이런 만화도 실려 있었다. 뚱뚱이 배가 나온 제복 차림의 관리하나가『공원은 시민들이 조용히 쉬는 곳이니「라디오」를 켜지 말아 주시오』하고 큼직한 확성기에 대고 시끄럽게 떠벌리고 있다. 관리란 대개 이 지경이란 얘기다.
이런 책이나 만화가 가게에 나타나 있는 것을 보면「스페인」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게 분명하다.
얼마 전 새로 생긴 자유주의적인 신문「엘·파이」는 최근 이곳 정부가 민주개혁안의 공개토론을 금지한 것을 놓고 여론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개혁이고 무어고 하겠다는거냐고 정부를 호되게 비판한 적이 있다고 한 외국의 영자신문이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곳의 한국의 외교소식통의 얘기로는 선술집에서의 대화 내용이 눈에 띄게「정치화」했다는 것이다.
모두「스페인」이 서구의 딴 나라들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것도 묻어오게 마련인가 보다.
「포르노」라고 할 수 있는「섹스」잡지들도 길가 구석구석 마다 걸려있고「호텔」근처엔 묘한 표정들도 많이 눈에 띈다.
한번은 그리 고급도 아닌「카페」에서 몇 개 안 되는 생조개 한 접시를 먹고 바가지를 썼다. 우리 공관원들 말로는 좀도둑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자유와 사회적 규율이란 문명 된 생활을 위해선 다같이 없을 수 없는 기본적인 조건을 이룬다.
「스페인」에서의 서서한 자유화가「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각가지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의구의 기색도 없지 않은 것은 자유와 규율간의 균형이 깨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가 한창 열 내어 얘기하고 있는 문제라는 것도 그런 균형이 깨어져서야 되겠느냐는 점에 관한 것들이다.
「자유란 모든 형태의 공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은 뚜렷합니다. 자유란 기강 없는 방종으로부터의 해방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진실입니다.』
아마 공보 관광성 제공일 이런 경구가 국영「텔리비젼」을 통해서도 가끔씩 흘러나온다는 얘기다.
「스페인」둘레의 나라들에서의 적지 않은 고민이 사회적 규율의 유지나 방위라는데 있다는게 사실이고 보면 이런 기초적인 얘기가 새삼 홍보되고 강조되고 있다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것도 아닌 듯 싶어진다.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도 둑은 무너지기 쉽다. 「마드리드」「바스크」등 여러 지방에서의「데모」·파업사태를 놓고「엘·파이스」지의 사설은 이렇게 쓰고있다.
사실 모든 면에서 자유와 규율을 어떻게 조화 시키느냐도 새 시대를 만든「스페인」사람들의 큰 숙제다. 그러고 보면 중용의 덕을 가르친 공자님 말씀이 맞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