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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k&멋] 청셔츠가 잘 어울리는,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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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소재와 비슷해 보이는 여성 셔츠를 입으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난다.

셔츠(shirts)는 속옷이었다. 그것도 본래 남성 전유물이었다. 갖춰 입은 남성 복식에서 셔츠는 속옷이다 보니 점잖은 자리에서 재킷을 벗는 게 때론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랬던 셔츠가 요즘은 여성들 차지가 됐다.

하늘하늘 블라우스처럼 여성성을 한껏 뽐내는 옷보다는 셔츠가 대세다. 여성 셔츠는 남성 셔츠와 모양새도 영 다르다. 안에 받쳐 입는 것은 기본이다. 셔츠를 원형으로 둔 채 재킷으로, 원피스로 진화했다. 여심을 흔드는 셔츠의 세계를 알아봤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변신의 귀재 여성 셔츠

여성복에서 셔츠가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르윗’의 노혜정 디자인팀장은 “셔츠는 깃, 소매 끝, 단추만 달리해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오즈세컨’의 이중명 디자인실장은 “셔츠 디자인에선 소재·품·깃이 달라지면 때로 고전적인 분위기, 혹은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변형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변화무쌍하니 착용자 마음대로 연출하기도 좋다. 브랜드 ‘르샵’의 김효정 디자인실장은 “셔츠는 받쳐 입기도, 겉옷 대용으로도 좋다. 재킷이든 카디건이든 어울린다. 셔츠 하나면 몇 가지로 옷 입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미를 강조하는 브랜드도 셔츠 위주로 구성을 바꾸고 있다. 브랜드 ‘온앤온’의 공양미 디자인실장은 “우리 소비자는 대개 공무원·선생님 등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블라우스를 많이 내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셔츠를 20% 정도 늘려 출시했다. 이제 셔츠는 ‘정돈된 여성미’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셔츠에 여우(왼쪽)나 하트 무늬 프린트를 넣어 귀엽고 여성스런 모양새가 됐다.

여성미 뽐내는 셔츠 디자인

셔츠 인기는 실용적 패션을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브랜드 ‘조이너스’의 정희정 디자인실장은 “블라우스는 정장에 받쳐 입는 용도가 대부분이라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캐주얼 차림이 대세라 셔츠가 더 쓰임새가 많다”고 했다. 브랜드 ‘제라르다렐’의 윤재원 브랜드매니저는 “블라우스는 여성적인 면을 살리기에 좋지만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반면에 셔츠는 바지랑 입기에도 훨씬 쉽고 다른 옷과 조화시키기에도 좋다”고 했다.

 셔츠가 남성 복식에서 왔다고 해도 여성미는 여전하다. 패션마케팅 전문가 김민정씨는 “자칫 중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여성 셔츠에는 꽃·나비 같은 프린트가 필수 요소다. 봄·여름 여성복엔 화려한 무늬가 늘 인기인데 이게 대체로 블라우스에 활용됐었다. 민무늬 단색 여성 셔츠에 아기자기한 프린트를 올리면 한층 우아해져 여성미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여성적 프린트도 진화 중이다. 전통적인 꽃·나비 말고도 미키마우스 등 만화 캐릭터, 여우·곰 같은 동물 등으로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또 레이스나 자수로 장식한 여성 셔츠도 눈에 띈다. 꽃무늬 레이스로 셔츠 몸통 부분을 만들고 깃·소매만 셔츠 요소를 활용하는 식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다.

셔츠에 여우(왼쪽)나 하트 무늬 프린트를 넣어 귀엽고 여성스런 모양새가 됐다.

넉넉한 품 셔츠가 인기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내는 다양한 모양의 셔츠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트렌드가 있다. 올해 여성 셔츠는 조금 큰 듯한 품이 유행이라고 한다. 온앤온 공양미 실장은 “남성적으로 보이는 ‘매니시룩’이 꽤 오래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편안함과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더해졌다. 편안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셔츠 디자인이 강세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브랜드 ‘타스타스’의 고선희 디자인실장은 “청바지 느낌의 소재로 품이 넉넉한 셔츠”를 주목할 디자인으로 꼽았다. “멋지게 옷 잘 입는 여성이면서 일도 잘하는 프로다운 느낌을 준다”는 게 이유다. 제라르다렐 윤재원 매니저도 셔츠가 “프로다움을 강조하는 옷”이라며 “올해는 유독 입었을 때 편하도록 조금 큰 듯한 여성 셔츠가 트렌드”라고 말했다. 르윗 노혜정 팀장은 “꼭 하나 산다면 툭 떨어지는 모양새의 흰 셔츠를 강력 추천한다”고 했다. “소매 단추를 모두 풀어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여기에 7부로 짤막한 바지를 입으면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품이 큰 셔츠가 전반적인 디자인 흐름이라면 셔츠 원피스 등 변형 디자인도 인기다. 셔츠를 기본으로 다양한 디자인 의류를 낸 르샵의 김효정 실장은 “기본 셔츠보다는 절개선을 넣은 것, 프린트로 장식한 것, 부분마다 배색을 달리한 것 등 변형 셔츠를 많이 만들었다. 그중 셔츠를 닮은 원피스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김 실장은 “반소매·민소매 셔츠 원피스라면 봄엔 카디건과 입고 여름엔 단벌로 시원하게 입기 좋다”고 권했다.

어떤 셔츠 고를까

목 길고 야윈 체형은 ‘하이넥’
팔뚝이 통통하면 ‘가오리핏’

매장에선 맘에 드는 옷을 샀는데 정작 실제로 입어 보니 별로다. 다들 한 번쯤 있는 경험이다. 대개 이런 일은 자신의 체형, 얼굴 형태와 옷의 기본 속성이 맞지 않아 벌어진다. 셔츠처럼 품이나 깃 모양이 다양한 기본 의상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체형에 맞는 셔츠 선택법=마른 체형은 셔츠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한데 키가 작거나 지나치게 야위어 보이는 사람이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키가 작다면 재킷형 셔츠 중에서 짤막한 기장을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 목이 길고 야위어 보이는 사람은 목을 드러내지 않는 ‘하이넥’ 셔츠가 좋다. 긴 목과 어울려 맵시 좋게 보인다.

상대적으로 머리가 커 보이거나 어깨가 좁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셔츠를 잘 골라야 한다. 깃은 꼭 잠그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풀어 헤쳐 툭 떨어지는 셔츠 깃+목선을 연출한다. 머리에서 어깨까지 이어지는 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머리가 작아 보인다.

실제로 통통하든 아니든 말라 보이는 걸 원하는 여성이 많다. 이런 목적이라면 부위에 따라 체형을 잘 가려주는 셔츠를 골라야 한다.

팔이 통통하다고 여기는 여성들은 자꾸 펑퍼짐한 옷으로 살을 가리려고 한다. 하지만 살을 가리기보다 체격이 더 커보이는 역효과만 난다. 팔 부분이 몸에 꼭 맞게 디자인된 셔츠로 가둬 주는 게 더 낫다. 부풀린 소매보다는 직선으로 똑 떨어지는 형태를 입어야 훨씬 날씬해 보인다. 꼭 맞는 게 불편하다면 ‘가오리핏’ 셔츠를 추천한다. 소매와 어깨 부분이 따로 재단돼 있지 않고 통으로 연결된 모양이다. 편안하면서 통통한 팔뚝을 가리기에 좋다.

배가 나온 사람이라면 가슴과 배 사이에 절개선이 들어간 셔츠나 서로 다른 색상을 섞은 셔츠가 괜찮다. 시선이 배로 쏠리는 걸 막아 준다.

얼굴 형태에 맞는 셔츠 깃=셔츠를 택할 때 체형과 함께 깃 모양을 고려해야 한다. 양쪽 칼라 사이 각도 75도가 표준 형태, 110~140도 정도는 ‘윈저 칼라’, 140~180도는 ‘와이드 칼라’라고 한다. 깃 맨 끝을 단추로 고정하는 ‘버튼다운 칼라’나 중국 전통 의상을 변형해 셔츠 디자인에 접목한 ‘차이나 칼라’, 뾰족한 깃 끝을 둥글린 ‘라운드 칼라’도 있다.

둥근 얼굴형은 라운드·와이드·윈저 칼라를 피한다. 얼굴이 더 둥글어 보이므로 표준 칼라 셔츠가 안전한 선택이다. 반대로 길고 각진 얼굴형이 부드러운 인상을 원한다면 라운드·윈저 칼라 정도가 답이다. 마르고 뾰족한 얼굴형인 사람은 차이나 칼라 셔츠가 잘 어울린다. 목 부분을 살짝 가려 단정한 분위기가 난다. 라운드 칼라는 단점이 부각되므로 칼라는 단순한 형태일수록 좋다.

박하영 패션 디자이너·스크류볼 대표 phy@screwvoll.com

촬영협조=박민지·이수진(모델·케이플러스), 마리의정원(헤어·메이크업), 조이너스·타스타스·르윗·SJSJ·숲·제라르다렐·오즈세컨·주크·만다리나덕·커스텀멜로우젠티·네오리즘·멜리사·브루노말리·햇츠온·르샵·지바이게스·호제·라코스테·레페토·스탠다드앤그라인드·린다패로우by한독·포트폴리오by에스콰이아·훌라·소다·메트로시티·타마·스코노·스놉·라디오아이즈·헤지스악세서리·젬마알루스디자인by더블유컨셉, 아르마니익스체인지워치·DKNY워치·마이클코어스워치·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워치by파슬코리아(의상·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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