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의 매달 정례화 … 2차는 일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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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의 첫 국장급 협의가 1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렸다.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동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 둘째)이 회의 장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양국은 협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교환하고 다음 달 일본에서 후속 회담을 열기로 했다. [뉴스1]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한·일 국장급 협의가 16일 열렸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2차 협의는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린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 국장과 일본 외무성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동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두 시간 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쪽은 저녁도 함께하며 협의를 계속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쟁점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였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전시 성노예 범죄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있고, 배상 문제도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은 정부에 법적 책임이 없고, 청구권 협정을 맺으면서 피해 배상 청구권도 소멸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일본 정부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 설립을 간접 지원함으로써 인도적 차원의 책임도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안부 협의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사실상 정례화하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양쪽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견해차를 좁혀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양국 국장이 다른 현안에 대한 논의를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있다는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지만 생존해 계신 피해 할머니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을 해줄 수는 없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심 어린 사과’를 어느 정도의 인물이,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이날 “일 정부가 한국 측에 군 위안부 문제를 올해 안에 타결 짓자는 입장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 2월 중순 일 정부 당국자가 한국 측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2015년이 되기 전에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결론 내고 한·일 관계를 제 궤도에 다시 올리고 싶다’고 협력을 요청했고, 한국 측도 이해를 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일본 정부가 해결 방안으로 ▶피해자 지원금 제공 ▶한·일 정상 간 해결노력 확인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주한 일본대사의 직접 사과 ▶아베 총리의 사과편지 송부 등과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금 설립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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