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습격 받은 '송강호 매점' 가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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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강두(송강호 분)의 직업은 한강변 매점지기다. 오징어 구이 배달에 나선 강두 앞에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깔아뭉개고 물어뜯기 시작한다. 한가로운 한강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이런 줄거리로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130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흥행 성적 2위다. 인터넷에선 실제로 괴물을 목격했다는 한강괴담이 돌 정도로 유명했다. 80% 이상을 한강철교·성산대교 등 한강을 배경으로 촬영해 영화 개봉 이후 주요 촬영지를 투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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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매점을 여의도 한강변(마포대교~서강대교 사이)에 복원한다고 15일 밝혔다. 스토리의 중심인 매점을 복원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산으로 2억원을 배정했다. 괴물의 서식지로 묘사된 원효대교 북단 만초천에는 촬영 장소 표지와 함께 괴물 모형도 세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점은 영화 속 원형대로 복원하되 주변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을 고려해 기념품 등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매점은 가족들이 똘똘 뭉쳐 외부의 적에 맞서는 근거지이자 추억의 상징물로 등장한다. 한강변에 들어설 송강호 매점 역시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 간이매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노점을 철거하는 대신 등장했지만 2007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되며 이내 사라졌다. 시는 서랍 속 사진에만 남아있는 매점이 한강변에 만들어지면 30~50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종의 추억 마케팅이다.

 서울시는 괴물을 시작으로 한강에 영화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시작한다. 2009년 개봉한 영화 ‘김씨표류기’의 촬영지인 밤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한다. 시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 1호인 밤섬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최근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한강 크루즈선에도 안내문과 포토존이 설치된다. 드라마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선상 파티에서 술에 취해 물에 빠질 뻔한 그 유람선이다. 이 크루즈선은 지금도 드라마를 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포대교 북단에는 예산 2억7000만원을 들여 옛 마포나루를 복원할 계획이다. 1920년 이후 나루터는 자취를 감췄고 그동안 마포(麻浦)라는 명칭만 전해졌다. 완공된 마포나루는 영화 촬영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는 250편이 넘는다. 하지만 관광자원으로 개발된 건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한강이 주목받는 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가 마포대교 등에서 촬영되면서다. 마포대교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폭파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용의자’는 한강대교와 노들섬을 배경으로 했다. 소방대원과 여의사의 사랑을 그린 영화 ‘반창꼬’는 잠수교에서 찍었다.

 해외에서도 영화가 뜨면서 명소가 된 사례가 많다. 프랑스 파리의 ‘퐁 네프 다리’가 대표적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 이후 232m에 불과한 이 다리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 서울시영상위원회 이근철 팀장은 “한강은 할리우드 제작팀이 눈여겨볼 정도로 다양한 풍경을 담은 로케이션 장소”라며 “한강에 영화의 스토리를 입힌다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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