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는 결과보다 과정에-판문점 분할경비합의 배경과 문젯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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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끼살인만행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회담은 그동안 6차례의 비서장회의에서 모두 16시간5분 동안의 진통 끝에 6일 유엔군측과 공산측 비서장의 합의문서 서명날인을 끝으로 사건발생 19일만에 마무리지어졌다. 합의문서의 골자를 이룬 것은 공동경비구역 분할경비안으로 양측의 경비병들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대치, 한데 어울릴 수 없게 됐으므로 신체적 접촉으로 인한 충돌가능성은 크게 배제됐다. 이번의 합의문서는 휴전협정의 수정이라기보다 이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한 보충규정으로 봐야한다.
이 보충규정은 53년7월27일에 체결된 협정 제2조25항(군정위 본부의 위치와 활동에 관한 규정)과 53년10월19일 채택된 협정(군정위 본부구역, 본부구역 수축에 관한 합의) 제2조ㄷ항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에 관한 규정을 보완한 형식이 됐다.
비록 일련의 사태는 쌍방의 합의문서 채택으로 겉으로는 마무리지어졌으나 8·18사건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볼 때에는 종결 아닌 종결이라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분쟁의 원인은 항상 쌍방의 약속의 부족에서 있기보다는 북괴의 약속의 불이행에서 초래돼왔기 때문.
그와 같은 사건은 북괴가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일으킨 사건이지 현행 휴전협정상의 규정미비에서 비롯된 사건은 아니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괴가 그와 같이 분쟁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오산하면 또 다시 공동경비구역에서 말썽을 일으킬 소지는 언제라도 있다고 보며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긴장해소라는 차원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않고 몇가지 문젯점이 남는다. 비경비원들의 자유통행원칙은 그대로 지켜지되 회담장안 건물구역으로 통행의 범위가 종전보다 크게 제한됐다.
그러나 그나마 민간인보호가 주임무가 되는 경비원이 옆에 없이 민간인들이 군사분계선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측 경비원들의 보호아래에서도 판문점 안 구역에서 북괴민간인들과 접촉하는데도 긴장감이 항상 감돌았기 때문.
한반도에서 유일한 성역처럼 간주돼왔던 공동경비구역은 휴전선의 다른 비무장지대처럼 남북으로 또 양분돼, 그동안 비교적 자유로왔던 보도진들의 남북대화의 통로마저 크게 위협, 또는 위축시키고 만 것 같다.
또 북괴는 지금까지 1백55마일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안에 유엔군측의 감시를 피하거나 또는 공공연하게 각종 군사구조물과 각종 포를 비롯, 심지어는 무장군인들마저 투입, 기동훈련을 실시해 휴전협정을 무시해왔다.
휴전협정이란 모법도 공공연히 짓밟아온 북괴가 이번에 탄생한 하위규정을 철저히 지키겠느냐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
또 유엔군측이 당초 공산측에 대해 살인만행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문제는 이번 비서장회의에서 일체 거론되지 않아 공산측이 주장했듯이 지난 8월21일 김일성이 스틸웰 유엔군 사령관에게 보낸 유감표시의 편지로 일단락, 강경한 입장의 고수를 원했던 우리들에게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공산측은 이번의 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남쪽 공동경비구역 내에 일방적으로 설치했던 초소 4개소를 철거하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50년대 후반기 북괴의 비협조로 기능이 마비됐던 공동감시소조의 기능이 회복된 점등은 긍정적인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회담의 의의는 회담의 결과에서보다는 회담과정에서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회담도중 평소보다 더욱 밀착돼, 긴밀한 협조를 나누었고 미·북괴 단독회담을 원했던 공산측의 의사를 억제, 한국군 장교를 비롯, 유엔참전국 대표도 참석하게 한 점등은 소득이며 합의문서의 재검토도 군정위의 5명이 함께 했던 것은 의의있는 일이다. <조동국기자>

<정전위 일지>
▲8월19일=제379차 유엔군측, 살인만행 규탄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메시지를 김일성에게 전달.
▲21일=(양측대표단 단독회담) 김일성이 유엔군측에 유감표시편지 전달.
▲25일=제380차 유엔군측, 만행책임자 처벌·경비병들의 신병안전보장 요구. 공산측, 분할경비안을 제시.
▲28일=제381차 유엔군측, 비서장회의 개최합의.
◇비서장회의(제466차)
▲3l일=1차 하오5시∼7시43분(2시간43분)
▲9월1일=2차 하오5시∼6시55분(1시간55분)
▲2일=상오11시∼낮12시5분(1시간5분)
▲3일=하오5시∼4일0시13분(7시간13분)
▲4일=하오5시5분∼8시10분(3시간5분)
▲6일=하오5시∼5시4분(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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