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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록지 인턴의 청춘연애] 마법사가 실존한다? 모태솔로들의 '처절한' 4월 나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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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데이트 명소인 진해군항제. 사진 중앙일보 포토 DB]

벚꽃놀이는 대체 누구랑 가라고 있는 걸까?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를 겨우겨우 넘겼나 싶었는데 ‘블랙데이’가 웬 말이냐? 4월은 솔로들에게는 잔인한 한 달이다.

2010년 개그콘서트의 코너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 ‘성녀’ 역을 맡아 인기를 끈 개그우먼 오나미. 그녀가 ‘모태솔로’라는 단어를 유행시키기 이전에는 ‘천연기념물’이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은 나이가 많이 든 모태솔로들을 ‘마법사’라고도 칭한다. 더 가면 ‘흑마법사’까지 된단다. 온오프라인에서 갖가지 호칭들로 희롱당하는 모태솔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당히 말한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제대를 3일 앞둔 모태솔로남 조모(24)군. 어린 시절에는 지금과 다르게 뽀얀 피부에 꽤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이대로만 갔으면 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조군. 고등학교 때부터 피부가 까매지고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타이밍을 잡는 법은 도통 배울 수가 없다. 대체 ‘오늘부터 1일 하자’는 말이 뭐기에 그렇게 어려운지.

제 발로 굴러들어온 사랑도 있었다.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다.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순수한 면이 있다. 친구들의 안줏거리로 희생되는 자신의 연애사지만 그는 자신을 ‘선택형 모태솔로’라 칭한다. 살면서 두 번의 고백을 해봤고 두 번의 고백을 받아본 그는 “퀄리티 있는 한 번의 경험을 위해 미뤄왔을 뿐”이라 말했다. 안경 너머로 그의 작은 눈이 빛난다.

고시생 모태솔로녀 김모(23)양. 맹랑하게도 그녀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얼추 세 봐도 9명. 더 맹랑한 점이 있다. 그녀는 철저히 ‘혼자’ 좋아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부터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 사람 옆에 가지도 못한다. 이야기는 당연히 못 한다. 고백은 성역이다.

외로움에 사무쳤던 지난날들. 끝낼 만한 기회도 여러 번 찾아왔다. 그러나 역시 맹랑한 그녀다. “난 내가 남자로 생각 안 했던 사람이 나 좋다고 하면 싫어져.” 말로만 듣던 ‘파워철벽녀’였다. 아무리 잘 지내던 사람이어도 자기가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의다. 한 번 시작도 못 해 봤는데 무심한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녀는 고시생이 돼 버렸다. 그래도 전혀 외롭지 않단다. 왜냐고? “애초부터 외로움이 뭔지 모르니까!”

우리 주변에 모태솔로는 ‘생각보다’ 많다. 통계청 블로그에는 20대 남녀 1025명 중 약 11.6%가 모태솔로라고 답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10명 중 1명은 아직 한 번도 연애를 못 해봤다는 거다. 그렇다고 그들이 어디 하자(?)가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솔로가 된 이유’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대답은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37%)였다. 아직 딱 맞는 인연을 찾지 못한 것뿐이다.

모태솔로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신들에 대한 시선이다. 모태솔로가 ‘매력 없음’과 등식화가 됐기 때문이다. ‘연애도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매력이 없다’는 건 그만큼 치명타란 얘기다. 김양은 “어디 가면 그냥 옛날에 사귀어 본 적 있다고 한다. ‘왜 연애도 못 해봤어?’ 이렇게 보니까”라며 답답해 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혹은 외로움에 사무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 사귀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이 맞는 걸까. 연애에 정답은 없다. 다만, 모태솔로도 오답은 아니라는 거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준 나의 친구들도 이름은 가려 달라 했다. 이렇게 밝혔다가 마법사 되면 네가 책임질 거냐며. 하지만, 모태솔로의 대명사 급인 오나미씨는 얼마 전 자신이 무려 7명의 훈남과 연애를 해봤다고 말했다. 모태솔로라고 주눅 들어 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한꺼풀만 편견을 벗기면 언제든 인연은 찾아온다. 연애 특강 따위 집어치우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대한민국 모든 ‘모쏠’들이 당당해지는 그날까지. “솔로천국, 커플지옥!”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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