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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사설박물관「붐」|그 실태를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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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에 들어「붐」을 이루기 시작한「사설박물관」은 이제 전국에 10여 개나 된다. 그러나 모처럼 뜻 있는 문화사업가들에 의해 설립된 이들 박물관의 대부분이 전혀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많은 운영상의 문제점을 안고 일부는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 문화발전을 위해서도 이들 사설 박물관의 육성을 위한 박물관법 제정과 당국의 지원책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현재 박물관·미술관·연구소등의 이름을 가진 사설박물관은 서울이 5개, 경주·진주·온양 등에 각각 1개씩이 설립돼 있거나 설립중이다.
이들 박물관의 소장품은 적게는 2천∼3천 점에서 많은 곳은 1만∼2만점을 넘는다. 전시실 규모는 대체로 1백∼2백평 정도.
분야별로는 도자기·회화·전적·민속품·민화 등이 각 박물관별로 전문화돼 있다. 옛 의약기·의서 등을 주로 전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설립자 김신권·서울 동대문구 상봉동 한독약품공업 사)은 대표적인 전문 사설박물관.
사설 박물관들은 모두가 무료공개다. 최초로 일반공개를 한 박물관은 70년에 개관된 에밀레 미술관(설립자 조자용·서울 화곡동)으로 민화·귀면와가 중요 전시품. 외국에서의 시사회도 가진바 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운영 난 등으로 문을 닫고 있다.
값진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곳으로는 흔히 간송미술관을 꼽는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설립자 전형필·서울 성북구 성북동)은 71년부터 연 2회씩(5월·10월)기획전을 열어 일반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요 소장품은 도자기와 회화.
3만여 권의 전적을 소장하고 있는 성암고서 박물관(설립자 조병순·서울중구 태평로 1가)은 60여 평의 전시실에 소장고서들을 2백여 권씩 교체 전시해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최근엔 고려대장경 초조본을 공개해 일반의 관심을 모은 일도 있었다.
특수 전문박물관으로 내한하는 의약관계 외국인들의 눈길을 모으는 한독의약박물관은 2백여 평의 전시실에 의약기 3천여 점과 의서 4천 권을 상설 전시, 일반에게 공개한다. 5백여 점의 민속품을 전시한 민속관까지 가지고 있는 이 박물관은 이조 때의 사약기 등 주로 한의약기들이 많고 사설박물관으로는 가장 본격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 74년 10월 개관.
이밖에도 1만여 점의 도자기를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동원미술관(설립자 이홍근·서울 성북구 성북동)이 박물관 건물을 완성해 놓고 개관을 서두르고 있다.
74년 서울중구 쌍룡「빌딩」에 전시, 일반에게 공개했던 홍성하 씨 소장의 도자기·서화는 다음해인 75년 소장자가 찾아가 중단됐다.
지방에 설립된 사설박물관은 거의가 민속품을 수집. 전시한 민속박물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경주 민속박물관(설립자 박종한·경북 경주시)과 진주민속관(설립자 최락선·경남 진주시)은 특히 지방민속품들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기공식을 가진 온양 민속박물관(설립자 김원대·충남 온양읍)도 준공되는 대로 소장 민속품을 전시. 일반공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박물관의 설립자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전문수집가이며 취미로 골동품을 수집한 애장 가들이다. 그래서 박물관을 건립하거나 공개운영에 필요한 돈을 감당할 만한 재력들이 없다.
대부분이 교육자나 중소기업가들인 사설박물관 설립자들은 건물을 지어 소장품을 전시 공개하는데 까지 만도 빚을 얻어 댄 경우도 없지 않다.
현재 사설박물관의 설립은 문공부나 지방관서 등에 허가 또는 신고가 전혀 필요 없는 완전설립자의 임의다. 미국·일본·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박물관 법이 제정돼 있어 사설 민간박물관의 건립을 육성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박물관법도 없고 행정당국의 지원도 전혀 없다.
80%가 사설박물관인 미국의 경우는 2「달러」정도의 관람 표를 받아 운영하고 있고「프랑스」·영국·일본 등도 국·시립 민간박물관들이 무료 공개를 하고 있다.「프랑스」의 유명한「피카소」박물관이나 일본의「이데미쓰」미술관도 모두가 사설 박물관들이다.
사설 박물관에는 국립 박물관이 소장하지 못한 희귀한 문화재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년1천만원 이상씩 들어가는 운영비를 도저히 감당키 어려운 게 우리 나라 사설 박물관들의 실정이다. 문화재 공개원칙과 국민문화 발전을 위해서도 이들 사설박물관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설립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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