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도 범 소탕 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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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추석 등 명절 때가 되면 으레 도둑이 유난스레 극성을 떨게 된다.
지난 72넌 9윌12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국민은행 아현 지점에서 예금한 돈 66만원을 찾아 나오다가 강도들에게 피랍 살해된 이정수 씨 사건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무수한 도 범 사건이 바로 추석 밑에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치안본부가 24일 전국경찰에「추석 도범 소탕 령」을 내린 것도 추석을 앞둔 요즘 끔찍스런 강도사건이 또다시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20일부터 시작된「도둑 일제 소탕 령」으로 한동안 좀 잠잠했던 도둑이 어느새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밤낮없이 날뛰어 시민생활을 극도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서울의 변두리 지역과 신흥주택가「아파트」단지 등 이 가장 심한데 서대문구 응암· 신사·역촌동 일대의 경우, 반경 1km내의 주택가에 20일부터 사흘동안에 연이어 4건의 강도상해 사건이 일어났지 않았는가.
창문이나 환기통을 뜯고 침입한 강도들은 잠자던 사람들을 칼로 위협하여 돈과 물건을 빼앗았을 뿐 아니라, 두려움에 떨며 저항은 고사하고 순순히 응하는 사람들조차 얼굴·가슴·머리 등을 닥치는 대로 찔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니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잔인한 범인들은 검에 찔려 있는 무고한 사람들의 얼굴에 염산 같은 화공약품을 뿌려 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마루에 석유를 뿌려 방화까지 기도했다니 이는 단순한 도둑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화적떼의 노략질이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과거에는『도둑의 도둑마음을 도둑맞는다』는 익살조차 있었다. 도둑질하러 들어갔다 가도 딱한 정경을 보면 오히려 동정하여 딴 데서 훔친 것을 몰래 놔두고 돌아서기도 하고 설사 도둑질을 해도 가려 가면서 했고, 될수록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을 피하는 일조차 있다는 속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몰래 훔치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치며 빼앗고, 걸핏하면 흉기를 휘둘러 인명을 살상하기 예사요, 그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남편 보는 앞에서 아내를 능욕하는 짐승 같은 짓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사흘 굶어 남의 집 담 뛰어넘지 않는 자 없다』는 속담이 있긴 하나, 요즘 도둑들은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가 아니라 도둑질을 하나의 기술로서 습득하고, 직업이나 생활수단처럼 생각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살인마 김대두, 여자운전사 살해범 박성남 같은 잔인한 도둑들이 날뛰게 되어 양심의 가책은커녕 죄의식마저 마비된 양상이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경찰의 범죄예방 활동의 획기적인 강화와 어김없는 검거다. 검거야말로 최고의 범죄예방법이며, 어떤 도둑도 반드시 검거돼 법에 의한 엄중한 처벌을 받고 만다는 실증을 정착시키는 일이 절대적인 요청이라 함은 본 난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일관된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범죄의 요인이 되는 나쁜 환경을 바로잡고 재소자들의 사회복귀와 갱생을 위해 직업을 알선 보도하는 등 사회정책 적 노력도 있어야 하나 당면하여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모든 범인의 검거와 처벌이다. 특히 개 전의 정이 없는 누범 자나 잔인하고 흉악한 도둑들에겐 추상같은 엄벌주의로 다스려 도둑의 뿌리를 뽑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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