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의 정황을 생생히 파헤친 자서전적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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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및 한국동란에 참전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던「웨스트모얼랜드」장군이 주 월 미군 총사령관으로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체험한 실전경험을 토대로 월남패망의 원인을 실감나게 파헤친 보고서다.
그는 월남패전의 원인이 위급한 적전에서의 무책임한 국론분열, 강력한 지도자의 부재, 외세 의존적 타성, 강인한 실천력의 결여, 안이한 공론 등에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였다.
승리의 호기를 맞이했음에도 그것을 무의미하게 만든 월남의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혼란, 협상과 전쟁을 이용한 간교한 공산주의의 언동, 자기의 국토를 스스로 보위하겠다는 굳은 결의 없이 외세에만 의지하려는 월남지도층과 국민의 자세 때문에 패망을 자초하고만 당시의 안타까운 정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월남전의 보고서라기보다는, 2차 대전·한국전 및 월남전을 통하여 미 육군의 총수에까지 이른「웨스트모얼랜드」장군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월남에서 보여준 그의 뛰어난 지략과 작전은 차원 높은 현대전술의 면을 실감케 해준다.
특히 4번의 대통령이 교체되면서 변경되었던 미국의 대외정책노선에 대한 그의 견해는 미국외교정책의 허와 실을 폭로하는 필사이기도하다. 그는 끝으로 월남패망의 회고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방향과 자유와 인간의 생존이념을 집약하고 있다.
전사로서는 물론 국제정치사로서, 그리고 현대사회로서의 가치를 지니면서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책이라 믿어진다. 저자는 국제법학자 서울대교수
정태동<국제정치학·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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