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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파워 엘리트] 實勢 중 실세는 人事 쥔 문재인·정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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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파워엘리트 가운데서도 이른바 실세는 극소수다. 새 정부 들어 자리로 본 실세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소위 잘 나가던 직책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지는 자리'가 되고 새롭게 부상하는 '뜨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우선 청와대에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매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석들과 대통령의 접촉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권력은 대통령과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잣대로 보면 수석들에게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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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 때는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이 수석회의를 주재한 뒤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때문에 朴실장이 비서실을 장악한 형국이었다.

노무현 청와대에선 일단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정무.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정찬용(鄭燦龍)인사보좌관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모두 고위직 인사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盧대통령이 국정원.경찰의 국내 정치 관련 보고를 일절 받지 않는 대신 文실장은 아직까지는 보고를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柳정무수석도 A4용지 7~8장의 국정원 보고와 10장 가량의 경찰 보고를 받고 있다. 文민정수석도 인사의 마지막 검증을 맡은 데다 盧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이광재(李光宰)국정상황실장은 'CEO대통령론'의 아이디어 제공과 다양한 인재풀을 발굴하면서 '청와대 야간당직' 정도였던 이 자리를 비중있게 만들었다.

당초 청와대 본관 개조계획에선 비서실장.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국정상황실만 盧대통령의 집무실 옆으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李실장은 박범계(朴範界).이호철(李鎬喆)민정비서관,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부소장 등 새 정부 영파워 그룹과도 자주 만나 그룹 차원에서의 개혁마인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권력집중 양상에 대해 文실장은 반론을 편다. "盧대통령은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며 '천적(天敵)의 균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동물 다섯마리가 물고 물리는 긴장관계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文실장은 "비서실장은 과거 인사권과 사정권을 직할했으나 현재는 인사위의 의장 역할로 끝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강철(李康哲)대통령정무특보와 김병준(金秉準)정부혁신위원장(장관급) 내정자는 지근거리는 아니지만 盧대통령의 신뢰가 돈독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국정원장과 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의 정치적 파워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盧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국내정치 관련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

文실장은 "권력기관들이 지녔던 힘은 이미 절반 이상 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 오히려 막강한 파워를 지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당 대표.국무총리의 주례 독대 보고가 없어진 가운데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는 당에 대한 장악력, 고건(高建)총리는 순조로운 국정 운영 여부에 대한 盧대통령의 판단이 향후 위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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