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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는 왜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바이킹」1호가 화성 연착에 성공했지만 지구상의 엄청난 어려움을 외면한 채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외계 탐색은 왜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미국의 「새터데이·리뷰」지에 실린 「아이자크·아시모브」의 『화성은 살아 있는가』라는 글 중에서 화성 탐험의 의의 부분을 간추린 것이다. 「아시모브」는 과학 평론가로서 이 방면에 대한 저술을 1백72권이나 내고 있다. <편집자주>
10억「달러」를 들여 화성을 탐험하는 것이 과학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외에 일반 대중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지식의 가치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답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과학자의 호기심에서 시작한 발견이나 발명이 인간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 예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바이킹」1호가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정보를 보내 왔다면 그것이 아무리 간단한 것일지라도 계속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그것은 인간 지구의 생물과는 완전히 별도로 발생한 첫 생명체와 접하는 일이 된다. 화성의 생명체와 지구상의 생명체와의 차이점을 검토함으로써 무궁한 신비 속에 싸인 생명원리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러 면모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계속 탐구해 본 결과 화성의 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생명체를 이루는 단백질 분자에는 2가지 「아미노」산이 있는데 그것은 L-「아미노」산과 D-「아미노」산이다. 이 두 「아미노」산은 서로 대응해 있다. 지구의 생명체는 L「아미노」산으로 되어 있는데 화성의 생명체가 만약 D「아미노」산으로 형성돼 있다면 우리의 지식은 그 만큼 확대될 것이다.
화성의 생명체가 지구상의 그것과 똑같고 다른 점이 전혀 없다면 생명체가 발생하는 기본 구조는 범 자주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우주 속의 수천 억 개의 혹성에도 비슷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면 가령 「바이킹」이 화성에 아무런 생명체도 없다는 정보를 보내왔다고 하자. 화성에 실제로 생명체가 없다면 「바이킹」의 임무는 쓸데없는 짓인가? 그렇지는 않다.
현재 생명체 기원에 대해 지구와 같은 조건 아래서 우주의 가장 공통적인 요소가 먼저 간단한 분자를 구성하고 그 다음에 어떤 별의 「에너지」로부터 자극을 받아 생명체를 구성하는 복잡한 분자로 발전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화성에 생명체가 없더라도 유기물의 분자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나 그런 과정이 정지된 상태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미완성의 분자라도 발견되면 수십 억 년 전에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생명 발상의 과정을 설명해 줄 것이다. 또 수십 억 년 동안의 생명체 발전의 결과 지구상에서는 희미해져 버린 생명의 기본 골격을 밝혀줄 것이다.
화성에는 생명체고 유기적인 분자고 간에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화성의 기후·토양의 화학적 성분·대기·습기 등을 실험해 봄으로써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혹성에는 생명체가 있고 다른 혹성에는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에서 생명체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또 그것은 혹성의 발전 과정을 더 잘 이해 시켜줄 것이며 대기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켜 예컨대 대기 오염의 문제를 처리하는데 기여해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바이킹」1호의 정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그 정보는 흥미롭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장차 유인 탐색선을 화성에 보내야 할 것이다. 인간이 직접 화성을 조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기계도 인간의 두뇌만큼 융통성이 있고 예기치 않았던 사실을 처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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