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러셀자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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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자서전 상.하/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사회평론, 각 권 1만5천원

지금은 시들한 감이 없지 않지만 1960-80년대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가, 작가인 러셀의 위세는 대단했다.

국내서도 '행복론','나는 왜 기독교도가 아닌가'란 스테디셀러를 낳은 그는 당시 '행동하는 지성'의 전범이었다. 70년 98세로 타계할 때까지 때로는 강의권을 박탈당하면서 징병 반대, 핵 철폐를 위한 행동을 서슴지 않아 당시 제도권 세력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자서전인 이 책은 '수학 원리','서양철학사'란 명저의 저자이자 5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춘기의 성적 충동, 세 번에 걸친 결혼 등 사생활은 물론 1901년 이후 평화주의자, 휴머니스트로 변신하는 과정 등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또 아인슈타인, 조셉 콘래드 등과의 편지도 함께 수록해 20세기 전반기의 서양 지성들간의 교류를 충실하게 복원해 냈다.

물론 '자서전은 작가의 모든 기술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기 합리화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는 있겠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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