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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미세먼지(fine dust)와 국제법

중앙일보

입력

4월은 잔인한 달인가. 매년 4월이 되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는다. 호흡기 질환이 문제되고 노천의 자동차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세차를 해야 한다. 한겨울에는 난방 연료 등에 의한 미세먼지가 날라 와 서울이 뿌연 스모그로 힘들어 했는데 봄이 되니 황사(dust storm)까지 가중되었다. 특히 금년에는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에 53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들어 “황사 초비상”이 예보되고 있다.

이러한 “초국경 대기오염(transboundary air pollution)”에 대한 국제법적인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최근 서울에서 관련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발 대기오염으로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는 뭔가 국제법을 통하면 보상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일부 학자들은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관련국에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한다. 국제 환경법상 국가책임을 인정한 스톡홀름 선언에는 “ 각국은 자국의 관활권 내의 활동이 타국의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치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은 예방조치로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문제 해결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인과관계며 책임입증이 힘들고 자칫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져 관계만 나빠지게 된다고 한다. 환경문제는 쉽게 “법대로” 하고 나설 수도 없다고 하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옛날에도 흙비(土雨)가 내리면 임금님 부덕(不德)의 소치라고 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근본 해결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앉아 있을 수만 없다. 미세먼지며 황사문제는 관련국과 상호 정보를 교환하는 등 환경협력 강화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차원에서도 서로 도우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황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의 기업과 민간단체들이 일찍이 황사의 진원지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을 찾아 나무를 심어 녹색장성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한 기술 협력도 중요하다. 얼마 전 서울 시장이 베이징 시장을 만나 미세먼지 등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 하였다고 한다.

서울도 한때 악명 높았던 스모그의 도시였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서울 시내버스가 압축천연가스(CNG)로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공기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서울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눈다면 베이징의 공기는 더욱 깨끗해지고 미세먼지 해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 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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