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절도 기소|한국사법사상 최소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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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원짜리 동전 한닢의 절도-우리나라 사법사상 최소의 절도피해액으로 기소되어 징역 단기1년·장기1년6월을 구형받았던 김운형군(19·가명·경기도성남시상대원동)은 17일 서울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 가운데 가장 가벼운 1호처분(보호자에게 위탁)을 받고 『전과자라는 낙인을 받지않은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면서도 지난9개월동안의 수사 및 재판과정이 안타까왔다고 했다.
이사건은 10원이라는 금액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하더라도 이를 훔쳤다해서 반드시 기소해 처벌할만한 가치가 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색 절도사건.
기록상 최소의 절도피해액은 1전의 절반인 5푼을 훔쳤다하여 기소됐던 일제때의 이른바 「5푼사건」. -당시일본검찰에서는 재산가치는 물론 처벌가치조차 없는 사건을 기소하느냐로 시비가 엇갈렸으나 「이런 경우도 죄가 되느냐」는 판단을얻기 위해 끝내는 기소했으며 「공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대심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것이다.
김군이 이사건에 휘말리게 된것은 작년8월13일하오. 경기도성남시에 있는 모전수학원을 졸업, 가정형편으로 놀고있던 김군은 이웃에 있는「미니」당구장에 놀러갔었다.
당시 당구장에는 평소 축구도 같이하여 잘알아 「형님」하며지내는 안승운씨(25)등 3명이 「게임」값으로 각 30원씩 모두90원을 당구대 모서리에 쌓아놓고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고한다. 한동안 구경하던 김군은 마침 담배를 피우고싶은 생각이났으나 돈이없어 두리번거리다 안씨가 당구를치고있을때 다른2명에게 눈짓을하며 10원짜리 동전1개를들고 밖으로 나갔다는것.
시비가 일어난것은 김군이 갖고나간 10원으로 청자 한개비를 사 피워물고 다시 당구구경을 하러 들어 왔을 때. 김군이 내기돈으로 담배를 산것을 안 안씨는 『10원도 없는 녀석이 왜 남의돈을 가져다 건방지게 담배를 피우느냐』며 따귀를 때렸으며 김군이 대들자 주먹으로 마구때려 아랫니 3개를 부러뜨리는등 전치4주의 중상을 입혔다.
이싸움으로 안씨는 결국 검찰에 구속되었으며 이에 화가난 가족들은 당초 사건의 발단이 10원짜리 동전 절취사건이었으며 김군측에서 합의조차 해주지않자 안씨의 10원을 훔쳤다고 맞고소를 하게된것.
고솟장은 검찰청에 접수되어 검사가 경찰에 수사를 지휘하고 경찰조사후 검찰청에 송치, 검사에의해 작년9윌23일 법원에 기소됐다.
검찰의 공솟장은 피해액만큼이나 이례적으로 짧아 『피고인은 평소 소행이 불량한 사람인바 75년8월13일 22시경 경기도성남시상대원동소재 「미니」당구장에서 그곳 당구대위에있던 피해자 안승운의 소유현금 10원을 절취한것이다』는 것이전문(전문).
경찰조사 이래 김군은 동전을 가져갈때 안씨의승낙을 받지는 않았으나 「개평」을 떼는 뜻으로 『형님, 나 10원가져가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며 자신이 가져간 동전이 반드시 안씨의 것이라는것을 몰랐다고했다.
검찰이 전과도없는 김군을 불구속이나마 법원에 기소한 것은 앞서의 「5푼사건」때의 일본검찰입장과 같은 때문인 듯.
결국 우습게본다면 웃어 버릴수도 있는 단돈 10원때문에 김군은 경찰·검찰 조사를 거쳐 법원에서 재판을받다가 다시 가정법원 송치결정을 받는등 9개월 동안 불려다니는 고역을 치러야했다.
10원시비 때문에 소비된 국고부담만도 조사에 사용된 용지대·소환장·우송비등과 관계자의 교통비까지 포함시킨다면 줄잡아도 피해액의 1천배는 넘을것이라는 관계자들의 말.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범죄를 따지는데 돈타령이 무슨 말이냐고도 할수 있지만 분명히 「소송경제상」 적자의 조치였다는 일부 법조계의 평이다.
이들은 말이나 문서로 승낙을 받지는 않았지만 서로 말을하지않아도 가져가는것을 인정하는 일은 부모와 자식, 형제사이, 친우, 동료사이에 있을수 있으며 이런 경우를 「묵시(묵시)의 승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정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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