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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억, 1조 달러 경제권 … 중, 속도 내는 수도권 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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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의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을 잇는 수도권 경제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주장(珠江)삼각지, 창장(長江) 유역과 함께 연간 역내 총생산액 1조 달러가 넘는 세 번째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3개의 거대 경제권을 축으로 내수를 진작하고 새로운 성장 활력을 찾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다. 역내 총생산 1조 달러는 세계 16위권인 인도네시아 경제와 맞먹는 규모다.

 수도권 통합은 2004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관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지역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10여 년 동안 진척이 없다가 2월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세 지역 통합 좌담회를 주재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시 “현재는 통합을 통한 발전 개념이 중요하며 이는 국가 주요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산업과 지역 기능 재배치 등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허베이성은 지난달 베이징과 톈진의 의견을 취합해 ‘신형 도시화 의견’을 발표했다. 베이징은 문화와 첨단 과학기술 산업을, 톈진은 물류와 금융·정보기술(IT) 산업을, 허베이성은 친환경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고 행정 부도심 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통합은 구체적 완료 시한은 정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베이징은 60개 업종의 단계적 허베이성 이전을 이미 확정했다. 최근에는 장가오리(張高麗) 정치국 상무위원 겸 상무 부총리가 허베이성 바오딩(保定)시를 방문해 베이징에 있는 일부 대학과 과학원·양로원·의료시설 등을 유치해 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지원을 약속했다. 또 이곳에 중국판 세종시인 행정중심도시를 건설키로 했다. 톈진 역시 보하이(渤海)만 경제권 중심 역할을 계속하되 2차 산업 대부분을 허베이성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필요성도 지역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예컨대 베이징 스모그는 그 원인의 절반 이상이 허베이와 톈진 지역 공장 등에 있기 때문에 공동 대처를 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권이 통합되면 대도시 인구 집중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베이징 상주 인구의 20%인 400여만 명이 인접한 허베이성 출신이다. 통합을 위한 교통과 통신망 정비도 시작됐다. 베이징시는 2015년까지 총연장 561㎞의 전철망을 건설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허베이성 각 도시로 연결해 총연장 1100㎞의 수도권 전철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샹허(香河) 등 허베이성 13개 시와 현의 지역 전화번호가 베이징과 같은 ‘010’으로 바뀌었다.

 통합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김영삼 상무관은 “이번 통합은 산업 클러스터(집적)를 지향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향후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면서도 “효율적 물류망이 구축되면 중국 수도권에 진출했거나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물류 비용이 절감돼 반사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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