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도 못잡은 범인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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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인수첩에 적힌 4명의 이씨 행방 수사
서울 「아스트리아·호텔」암「달러」상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사건발생 24시간이 지난 10일 낮 12시까지 범인이 죽은 고명숙씨와 평소 안면이 있는 친분관계자라는 윤곽만을 파악했을 뿐 범인 검거에 단서가 될만한 인적사항이나 물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고 범인의 지문채취와 「몽타지」 작성에도 실패, 수사는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철자 파출소에 수사본부(본부장 한기태 시경 형사과장)를 설치한 경찰은 「호텔」·다방종업원들과 고씨 동료들의 진술에 따라 8일 하오 고씨와 함께 「호텔」에 들어간 「미스터·이」라는 이름의 4O대 낭자를 범인으로 지목, 수배했으나 행방이나 신원을 파악치 못했으며 고씨의 수첩에서 4명의 이씨를 찾아내 명동2가 일대와 남대문 시장부근 7O여명의 암「달러」상을 통해 이들의 행방을 찾고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인 405호실에서 지문 1백여개를 채취, 감정을 의뢰했으나 모두 종업원과 다른 손님들의 것으로 밝혀져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은 찾아내지 못했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몽타지」작성에도 실패했다.
경찰은 또 범인이 「호텔·프런트」에 남긴 대야 원석이라는 일본사람 이름이 가공 인물인지 또는 범인과 관련이 있는자로서 2인조 범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폈으나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경찰은 이밖에 고씨가 지난해 6월 밀수업자들이 일화 5백만 「엔」을 바꾸려 한다는 정보를 모군 수사기관에 있던 박모 대위에게 전달, 현장을 덮쳐 압수한 돈을 나누는 문제로 다투다가 박대위등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 구속되게 한 사실을 밝혀내고 원한 관계도 아울러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현장 감식결과 고씨가 사망한 시간을 8일 하오 7시로 보고 범인이 고씨와 함께 일본 사람을 기다리다 4용 「프런트」종업원 송정석씨(29)가 이발을 하러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하오 7∼8시 사이에 목을 졸라 소리가 들리지 않게한 뒤 미리 준비한 칼·쇠망치 등으로 마구 때려 죽인 것으로 추정, 방옆 목욕탕에서 범인이 피를 씻은 흔적을 찾아내고 시내 각 세탁소에 피묻은 옷이 들어올 경우 즉각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9일 하오 수사본부에는 종로 2가 모 세탁소에 35세쯤의 남자가 피묻은 밤색 양복을 맡겼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목격자들에게 보인 결과 빛깔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 고씨 >
고씨는 8일 하오 2시쯤 암「달러」상들의 사무실인 중구 명동2가 87의3명덕「빌딩」201호 실에서 전화를 받고 「미스터·이」가 일본 사람을 소개해주어 20만「엥」을 바꾸게 됐다면서 현금 50만원을 동료 권모씨(63·용산구 후암동·일명 신촌엄마)에게서 빌어『회현동 「오리온」다방으로 간다』면서 나갔다는 것.
고씨는 3시간30분 뒤인 하오 5시30분쯤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호텔」에 있는데 일본사람이 도착하지 않아 늦어질 것 같다』고 연락한 후 소식이 없었다는 것.
고씨는 10년전 남편 장모씨(56)가 남대문 시장에서 시계상을 하다 실패하고서부터 암「달러」상을 하며 가족(2남3녀)을 부양해왔다.

< 범인인상착의 >
「호텔」종업원 송씨 등에 따르면 범인은 1백73∼1백75cm 쯤의 키에 짙은 밤색 신사복을 입었고 깡마르고 긴 검은편의 얼굴로 목소리가 굵은 서울 말씨를 썼으며 왼손 엄지와 손등에 흰붕대를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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