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 동물가족 더위쫓기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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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때아닌 5월의 무더위속에서 창경원동물가족들은 제나름대로 피서법을짜내 여름과 씨름하고있다.
창경원동물가족중 더위에 가장 약한 것은 북극권「그린랜드」가 고향인 백곰과 불곰.
73년 한국에 들어와 올해로써 네번째 여름을 맞는 백곰은 더위에 제법 익숙해진 편이나 그래도 여름은 견디기 어려윤 모양이다.
수은주가 5도를 올라서면서 백곰은 배를 깔고 엎드려 땅바닥의 찬기운을 빨아들인다.
이때 사육사가 먹이를주거나 관람객이 나뭇가지로 쑤셔대며 성가시게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30분∼1시간씩 그대로 있다.
그러나 기온이 30도이상으로 오르면 「풀」에몸을 던져 머리만 내놓고 수영을하며 몸을 식힌다는것.
백곰의 「풀」은 가로12m·세로5m·깊이3m로 항상 물이 넘쳐 흐른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는 창경원관리사무소에서 길이 1m·두께30m의 얼음덩이까지 「풀」에 넣어주어 피서치고는 호화판에 속한다.
백곰은 「풀」에서 앞발로 얼음덩이를 앞가슴에 껴안기도하고 『으드득』깨먹기도 한다.
호랑이와 사자의 피서법은 낮잠.
호랑이는 그늘진 땅바닥을 찾아 배를깔고 5∼6시간씩 계속 낮잠을즐기며 한낮의 열기를 잊고 있다.
호랑이는 배에 냉점(냉점)이 있어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는것이다.
열대성 동물인 사자는 등뼈가 온도에 가장 민감하여 등뼈만 시원하면 더위를 잊는 모양.
이때문에 사자는 호랑이와 반대로 벌렁 드러누워 누러누워 지그시 감고 더위를 참는다.
인도산 「코끼리」는 온종일 긴 코로 진흙을 잔등에 처덕처덕 발라 직사광선을 막는다.
하오 2∼3시쯤 더위가 극에 달할땐 못참겠다는듯 철문을 마구 들이받아 사육사의 도움을청한다.
이때 사육사가 물통으로 물을 퍼다 주면 코로 반쯤은 마셔 목을 축이고 나머지는 분수처럼등에 뿌려댄다.
만일 사육사가 물을 재빨리 길어다주지않으면 코로 진흙을 관람객들에게 뿌리는등 심술까지부린다.
몽고가 원산지인 쌍봉낙타도 더위에는 민감하다. 5윌중순 한낮에 퇴약볕이 비치기 시작하면 수염을 제외한 모든 털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 6월초에는 털 한가닥도 찾을수가 없다.
이때문에 「나체미인」으로 불리는 낙타는 이같이 옷을 다벗고도 폭양의 한낮에는 흙을파고 웅크리고앉아 더위를 쫓는다. <추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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