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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파워블로거 힘 빠지게 하는 파워블로거지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업의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관리해 주는 전문회사입니다. 통신사업자·교육기업·웨딩업체·패션·게임업체·외식업체 등의 마케팅 관련 포스팅을 파워블로거 분들께 의뢰하고 원고료를 지급해 드립니다. 포스팅 비용은 1회당 5만~10만원 내외….”

며칠 전에 내 블로그로 날아든 쪽지 내용이다. 상품 리뷰와 담을 쌓은 미술·인문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포털 파워블로그 리스트에 6년째 올라 있어서 그런지 이런 내용의 메일이나 쪽지를 사나흘에 한 번씩 받는다. 아마 무슨 프로그램을 사용해 일괄 발송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블로그를 대여하거나 구입하고 싶다는 바이럴 마케팅업체의 메일도 종종 온다. 볼 때마다 스팸 신고버튼을 누르지만 또 다른 곳에서 끊임없이 날아든다.

그러다 보면 짜증과 함께 이런 걱정이 솟구친다. 저 유혹으로 또 몇 명의 새로운 ‘파워블로거지’가 생기겠고, 그만큼 못 믿을 리뷰도 늘어나겠구나.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는 블로그의 입소문 영향력을 이용해 각종 제품·음식점 등의 실질적인 홍보 글을 영리 목적 없는 솔직한 체험기인 척 쓰고 해당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는 블로거들을 비웃는 말이다.

2011년 몇몇 요리 파워블로거가 공동 구매를 명목으로 실질적인 상품 홍보와 판매 중개를 하고 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수수료를 챙긴 게 밝혀진 뒤 이 신조어가 유행하게 됐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가를 받고 리뷰를 쓰거나 공동 구매를 진행하는 경우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 후 상황이 나아졌을까?

여전히 블로거의 체험기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인터넷을 돌아다녀 보면 업체의 의뢰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인데도 공정위 지침을 따르지 않은 블로거 리뷰가 많다. 특히 그런 체험기가 정보기술(IT) 제품부터 화장품, 음식점까지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수상한 블로그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런 블로거들은 다른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본문과 아무 상관없는 인사 댓글을 남겨 자신의 블로그를 클릭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아마 바이럴 마케팅업체의 의뢰를 받은 글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블로그이거나 아예 그런 마케팅업체가 구매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포털 검색창에 ‘파워블로거’를 치면 ‘파워블로거지’가 연관 검색어로 뜨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사진).

그런데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블로그를 취미와 친목 공간으로 이용하는 블로거들은 ‘파워블로거지’의 폐해에 대해 규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블로그에서 전문적 콘텐트를 생산하는 블로거들은 “일부 ‘파워블로거지’가 있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그들만 지나치게 부각되기 때문에 ‘파워블로거=파워블로거지’라는 편견이 생긴다”고 한탄한다. 특히 기성 언론이 그런 편견을 조장해 잠재적 경쟁자인 전문 블로거들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또한 “전문적인 콘텐트의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시간과 노동력이 들어가는데 업체 의뢰를 숨기고 블로그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수익 활동을 할 수 있지 않느냐, 그것까지 ‘파워블로거지’로 취급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기성 언론의 기자인 동시에 10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해 온 나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여전히 업체의 의뢰와 거리를 두면서 전문성과 깊이 있는 콘텐트를 생산하는 파워블로거들이 분명 존재하고 이들까지 싸잡혀 비난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많은 블로그가 마케팅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로 인해 블로그 세계 전체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하락하는 것도 심각한 실제 상황이다.

그 와중에 블로그의 수익성 문제에 대한 전문 블로거들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어떤 전문 영역의 자체 콘텐트를 꾸준히 생산하는 블로그라면 시간과 노동력이 상당히 소요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얻을 길이 많지 않고, 그 경우에 업체와의 결탁 유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이야기하겠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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