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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 싹 가시게 하는 쑥, 미세먼지·황사 피해도 줄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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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22면

6일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寒食)이다.

봄이 준 선물, 쑥의 효능

찬 음식을 먹는 한식의 유래엔 불(火)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의 문공이 산에 은둔한 충신 개자추를 부르기 위해 산에 불을 놓았으나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만은 불을 피우지 못하게 하고 찬 음식을 먹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식이 우리 고유의 풍습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식 무렵엔 대기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화재가 잦았던 모양이다. 세종 때는 관원을 동원해 “한식엔 불을 함부로 피우지 말라”고 외치게 했다.

한식의 절식(節食)은 쑥떡·쑥탕(쑥국) 등 쑥을 재료로 한 음식이다. 쑥떡은 어린 쑥을 찹쌀가루와 함께 절구에 넣고 부드럽게 찧어서 버무린 뒤 시루에 안쳐서 푹 쪄내면 만들어진다. 된장을 듬뿍 풀어 넣은 국에 어린 쑥을 넣어 끓인 음식이 쑥된장국이다. 애탕(艾湯)은 쑥탕이다. 한방에선 쑥을 애엽(艾葉)이라고 부른다.

쑥은 조상들에겐 삶의 애환이 깃든 봄나물이다. 봄에 먹을 것이 떨어지는 춘궁기에 쑥국·쑥떡·쑥죽은 식사 대용이었다. 쑥 내음은 춘곤증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줬다. 쑥인절미·쑥떡·쑥굴리·쑥전·쑥단자·쑥버무리·쑥된장국은 식욕촉진제다.

한반도엔 약 40여 종의 쑥이 분포한다. 영양상의 장점은 비타민 A(베타카로틴 포함)·비타민 C·식이섬유·엽록소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많다. ‘환절기 감기 예방과 봄철 피부 보호에 쑥이 이롭다’는 말의 과학적 근거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비타민 A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눈 건강을 돕는다.

엽록소는 쑥이 파란 이유다. 쑥을 데치기 전에 소금물에 살짝 담그면 푸른색(엽록소)을 오래 보전할 수 있다. 일부 음식점에선 소금 대신 소다를 넣어 쑥의 푸른빛을 유지시킨다. 소다가 건강에 특별히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소다를 첨가하면 쑥에 든 비타민 B군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쑥이 물러져 먹을 때 식감이 떨어진다.

봄나물 중 가장 늦게 나오는 것이 쑥이다. 단오(端午, 음력 5월 5일)에 채취한 것을 약성(藥性)이 가장 뛰어난 쑥으로 친다. 선조들은 단오에 캔 흰 쑥잎을 볕에 말려 부싯깃으로 썼다. 한방에선 10여 종의 쑥이 인진·애엽·청호 등의 약재로 이용된다.

성질이 따뜻한 쑥을 한의사들은 양기 보충 용도로 이용한다. 그래서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냉증 환자에게 쑥과 쑥뜸 치료를 권한다. 생리 때마다 여드름이 생겨 고민인 젊은 여성에게도 쑥을 추천한다. 생리 전후에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봐서다.

민간에선 쑥을 지혈제·설사약 등으로 썼다. 코피를 흘리면 쑥 생잎 한 장을 잘 비벼서 동그랗게 만든 뒤 피 나는 콧구멍에 하루 세 번 갈아 넣으라고 했다. 설사나 편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겐 말린 쑥 잎(하루 한줌)에 물을 적당량 부은 뒤 그 물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 차처럼 마실 것을 권했다. 상처가 나면 쑥을 짓찧어 짠 즙을 상처 부위에 바르도록 했다.

안영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연구관은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엔 따뜻한 물에 쑥·창포·박하·둥굴레·감국(들국화)·모과·녹차를 넣어 목욕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와 황사 대처 식품으론 도라지와 더덕이 유용하다. 사포닌·이눌린을 다량 함유한 도라지는 점액 분비와 가래 배출을 돕고 먼지 흡입으로 손상되기 쉬운 폐를 보호한다. 생채로 무치거나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더덕은 먼지·가래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목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감초·생강·은행·녹두·배·모과·오미자도 미세먼지와 황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이로운 식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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