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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이기면 전국 승리 … 지방선거 또 다른 풍향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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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천에서 이기면 전국에서 이긴다. 정치권에 법칙처럼 통용되는 속설이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매번 인천이 전국 판세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표 표본(representative sample·모집단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표본)’으로서의 인천의 특성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경우가 2012년 대선 때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51.6%의 전국득표율을 기록했고 문재인 후보는 48.0%였다. 인천에서의 득표율이 박근혜 51.6%, 문재인 48.0%였다. 전국 득표율과 거짓말처럼 똑같았다.

 지방선거에서 인천에 이기고 전국에서 진 유일한 예외는 1995년 1회 지방선거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 최기선 후보가 인천시장에 당선됐지만 전국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때는 3파전이었다. 이후 벌어진 양자 대결 구도에선 예외 없이 인천에서 이긴 쪽이 전국에서도 이겼다.

 3~4회(2002년, 2006년)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당선자였을 때 한나라당은 전국에서 압승했다. 2010년 5회 선거 때 한나라당은 최대 승부처라는 서울과 경기에서 이겼지만 인천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에게 안상수 후보가 졌고, 결국 전국적으로도 졌다.

 선거 전문가들은 인천이 전국의 풍향계가 되는 요인으로 인구 구성비를 꼽고 있다. 인천의 출신지역별 비중은 충청이 33~35% 정도로 가장 많고, 호남이 27~28%, 영남이 15% 안팎이란 게 정설이다. 충청권 출신이 다수인 이유는 60~70년대 충남 해안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배를 타고 인천으로 올라오는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대 정당이 영·호남을 장악한 정치 구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권 출신이 많이 살다 보니 인천의 민심은 정국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3일 “2010년 선거 때 민주당이 서울·경기에선 석패했지만 인천에서만 유독 8.3%포인트나 이긴 것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려 해 인천의 충청권 출신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략적 위상’ 때문에 여야 모두 인천시장 판세에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을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새누리당 후보군에게 앞서가는 국면이었지만 지난달 24~25일 포커스컴퍼니의 여론조사에선 송 시장 30.7%, 유 전 장관 32.3%로 나타났다.

 송 시장 측 관계자는 “야당 지지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이 바뀌면서 실망하고, 민주당이 없어진 데 또 한번 실망하면서 부동층으로 한 10% 정도 빠져 있다”며 “하지만 결국 부동층이 우리한테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출정식을 한 유 전 장관은 “서울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인천 시민들은 강한 시장이 와서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며 “‘실세 시장론’이 먹히고 있다”고 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가진 안상수 전 시장은 유 전 장관과의 경선(23일)에서 이변을 노리고 있다.

김정하·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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