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무인기에 청와대 뻥 뚫려도 우왕좌왕하는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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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수도 서울과 최전방인 백령도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청와대와 우리 군 시설을 정탐하다 발각된 사건은 명백한 도발이다. 이제 우리는 북의 핵과 미사일 도발, 사이버전 도발에 이어 무인기를 이용한 도발이라는 새로운 안보 환경을 맞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무인기 침범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 애초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무인기가 추락했을 당시 국방부는 “대공 용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기가 추락한 다음에도 머뭇거리다 이틀이 지난 다음에야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뿐만 아니라 무인기가 청와대에 접근하지 않았으며 촬영한 사진도 인터넷에 나오는 구글어스보다 화질이 떨어진다고 했으나 그 뒤 공개된 사진을 통해 청와대 내 건물들을 선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고화질로 촬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사후 대처 과정에서 국민에게 도무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뭔가 숨기거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큰일만 터지면 나타나는 고질적인 늑장·부실·허위 보고와 축소·은폐·조작 시도가 이번에도 재연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은 국방부의 이런 모습을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북이 이미 오래전부터 서해 5도 등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우리 군을 염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사전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새로운 안보 상황의 변화 속에서 군도, 청와대도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무인기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장비와 인력·시스템을 강화하는 건 물론 최전방의 대공작전 시스템도 변화한 안보 환경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서 침투한 적 무인기를 포착하고 제거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숙한 사전대비와 사후 조치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리는 것도 빠뜨려선 안 된다. 북의 무인기가 청와대 본관 상공에 머물며 이를 촬영했는데도 까마득히 몰랐다는 사실 앞에선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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