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 그로미코외상 방불 앞두고 불-소, 때아닌 추방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오는 25일 「그로미코」소련 외상의 방불을 앞두고 불·소 양국이 서로 추방전을 벌여 미묘한 관계. 불 외무성이 가짜 여권으로 입국한 KGB요원을 추방하자 소련외무성은 「프랑스」유수의 은행인 「크레디트·리요네」「모스크바」지점요원에 출국령을 내린 것. 「스파이」의 수도로 불러도 좋을 만큼 정보원들이 득실거리는「파리」에서 외교관을 가장한 정보원들이 추방당하는 일은 흔한 일이나 대부분 양국의 명예(?)를 위해 비밀에 붙여지기 마련. 그러나 KGB요원의 추방은 경우가 달랐다.
「이바노프」사건이라 불리는 이사건의 주인공인 KGB요원은 1주일간 단기「비자」를. 받아 관광객으로 끼어 들었다. 단순히 「센」강이나 「베르사유」궁 등 「프랑스」의 자랑거리만 구경했다면 무사했을 텐데 사건을 터뜨렸다. 반소행위로 낙인 찍혀 「모스크바」가 추방했던 작가 「앙드례·시냐프스키」의 집을 찾아가 부인에게 협박을 했던 것. 공항에서부터 「프랑스」경찰에 미행을 받았던 관광객 「이바노프」는 『앞으로도 계속 반소적 발언을 하면 재미없다』는 등의 위협을 가하다가 경찰에 잡혔던 것. 경찰조사결과 관광객「이바노프」는 KGB요원 「페드로비치」였다.
물론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시냐프스키」를 비롯, 「파리」에 망명중인 반소예술가들을 찾아다니며 협박해 입을 틀어막기 위해 온 것으로 지난달 13일 쫓겨났다.
2주일후 불 은행지점원 「코럴스키」가 『「모스크바」를 뜨지 않으면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는 통보를 받은 것.
그는 지난 1월 초순부터 소련 경찰의 심상치 않은 눈치를 알았다. 그의 친구인 소련대외무역은행 간부가 「모스크바」주재 외국기관이나 상사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부터였다. 「코렐스키」는 연루자는 아니었다해도 부정부패사건의 증인으로 소련경찰의 소환을 받아 수차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불 외무성은 이 부당한 소련경찰의 계속된 소환에 대해 「파리」주재 소련대사관에 항의했다는 것. 「모스크바」생활이 불안해진「코렐스키」는 본부에 간청 끝에 7월에는 「파리」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3월말 느닷없는 출국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물론 그는 악몽의 「모스크바」를 가벼운 걸음으로 작별, 「파리」에 돌아왔지만 명백한 소련당국의 보복조치라는 풀이이다.
문제는 가짜 여권을 갖고 남의 나라에 와 협력한 KGB요원과 소련은행간부와 정상적인 접촉을 했을 뿐인 은행지점 요원과 똑같이 비교할 수 있느냐는 것보다 KGB가 얼마나 괴로 왔으면 이 같은 졸렬한 행동을 취했겠느냐에 있다. 「파리」에 망명중인「시냐프스키」와 작가「에크라소프」, 수학자 「피루치」 등 반소 지식인들의 부르짖음이 불 공산당마저「모스크바」의 탄압정책을 비난하게 한 원인이라고 볼 때 KGB의 고민은 컸으리라는 주장들이다. 그래서 『바로 「파리」와 「모스크바」의 차이가 이점에 있다』는 「파리지엥」들의 그럴듯한(?)해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