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하순 저|서양사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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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의 역사는 어느 한나라의 역사가 그 밖의 다른 나라 역사와 얽히고 설킨 하나의 전체이다. 따라서 세계사의 한 부분에 불과한 한국사는 인류 사회가 걸어온 자취를 살피지 않고서는 올바로 이해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서양사에 관한 지식은 인류 역사 속의 한국사를 파악하고 문화 전통을 바르게 인식하는데 필수 불가결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말은 『서양사총론』전체의 주된 과제로 이 책의 장과 편에 넘쳐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도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다년간 서양사를 연구한 저자가 귀국했을 때 수준 높으면서도 전체 인류 역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개설서를 쓰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이 같은 저자의 의도에 맞도록 이 책의 내용은 시대를 따라 장을 편성하면서 각 시대의 특징을 장의 제목으로 표기하고 있다.
▲교황권의 쇠퇴와 「르네상스」의 시작을 『근세의 여명』으로 ▲불의 「루이」 14세· 영국의 절대 왕정과 강대국의 팽창 시기를 『기대주의의 시대』로 ▲과학의 발전, 자연법과사회 계약, 「아메리카」·「프랑스」 대혁명을 『혁명의 시대』로 ▲「나폴레옹」이후 19세기를 『자유주의와 「내셔널리즘」으로 제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 이 책의 특징은 국내외의 참고 서적·자료·문헌을 각주와 후기를 통해 거의 완벽하게 정리,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 「케냐」에서 발견된 2백90만년전의 원인을 인류의 기원이라고 주장한 「리키」 박사의 자료를 이용할 정도로 최신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구실도 하고 있는 것이다.
19세기 초기까지는 상세히 짜임새 있게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하게 해주나 후기 「아시아」와의 접촉 분야에서는 간략하게 처리, 소원한 감을 준다. 그러나 이점이 전체의 내용을 그르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역사를 전공으로 하는 사학도는 물론 인류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싶어하는 지식인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조의설 <서양사·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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