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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머리털이 원형으로 빠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변호사 K씨가 겪은「에피소드」한 토막.
가위질을 하던 이발사가 깜짝 놀란 듯이 K씨에게 말했다. 『선생님 한 움큼 정도 머리털이 빠져버리고 없는데요.』 『뭐요?』 흠칫 놀라서 반문하는 K씨의 바른손을 이발사는 뒤통수 약간 오른쪽으로 갖다 대주었다.
K씨도 깜짝 놀랐다. 1백원 짜리 동전보다 약간 크게 머리털이 만져지지 않았다.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털 빠지는 현상이 매독의 한 증상으로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피는데가 있어서 그는 겁이 더럭났다. 며칠 전 우연히 다방에서 본 신문의 건강기사가 마음에 걸렸다.
성병이 반드시 불결한 성 관계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랬것다. 입술로도 옮긴다고 그랬지.
또 피부비뇨기과를 개업하고 있는 친구의 말이 언뜻 생각났다. 동전 모양으로 머리털이 빠지면 반드시 피검사를 해봐야 돼. 매독인 경우가 많거든.
K씨는 곧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정밀검사를 끝내고 난 의사는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매독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는 그에게 최근 정신적으로 심하게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는가고 물었다.
그는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던 아들이 대학입시에 떨어져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결국 K씨의 원형탈모현상은 걱정·불안·「스트레스」등 자율신경 장해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K씨의 경우처럼 원형탈모의 원인이 지나친「스트레스」에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이나 학부모, 실패하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사업가, 과도한「스트레스」를 받는 운전사 등에서 원형탈모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물론 성병의 한 증상으로도 머리털이 빠진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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