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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200억 반납한 김승연 회장 성과급 13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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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판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대기업 총수들이 공교롭게도 국내 총수 보수 ‘톱’ 자리를 차지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이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보수를 보고하도록 한 데 따라 31일 처음으로 공개된 수치를 집계한 결과다. 이번 공개엔 미등기 임원인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과 장남인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보수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지난해 총 301억원을 받은 최태원(54) SK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4년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22억원), SK이노베이션(112억원), SK C&C(80억원), SK(87억원) 등 4개 상장사에서 급여와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최 회장이 지난해 1월 31일 구속수감됐지만 한 해치 급여를 다 받은 데 대해 SK그룹은 “정상적으로 회사 근무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옥중에서도 할 수 있는 책임경영을 다했다는 점에서 월급이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받은 성과급은 SK이노베이션에서만 88억원에 달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브라질 광구를 매각해 2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성과급을 받게 된 것일 뿐 순수 급여 기준으로 보면 유사 글로벌 기업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은 ‘급여(200억원)’를 모두 반납하고도 총수 보수 랭킹 4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6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돼 지난달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김 회장은 지난달 계열사의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월급을 모두 반납하고 각 계열사에서 2012년 구속 전까지의 성과급 총 131억2000만원을 받았다. 조석래(79) 회장도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효성에서 3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재현(54) CJ그룹 회장도 재판 중이지만 지난해 CJ제일제당, CJ 등 계열사로부터 47억5400만원을 지급받았다. 고액 ‘퇴직금’으로 보수 순위 상위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네파’의 김형섭 대표(201억9700만원)가 대표적이다. 그는 평안엘앤씨 창업주인 고(故) 김항복 회장의 손자로 이 회사에서 퇴직금 85억3600만원을 받아 오너 기업인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보수 상위 5위에 오른 허동수(71) GS칼텍스 회장(101억3132만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 87억914만원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5년간 집행임원을 지낸 데 대한 퇴직금이 많을 뿐 실제 연봉은 14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76)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56억원), 현대모비스(42억원), 현대제철(42억원) 3개사에서 총 140억원을 받아 3위를 했다. 정 회장의 보수는 전액 근로소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삼성가(家)에서는 유일하게 등기이사인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30억9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김현예·구희령·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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