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군 복무도 바뀌지 않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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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 교실에서 서울고와 한겨레고 학생 30명이 통일을 주제로 토론했다. 학생들은 “잦은 만남과 소통이 통일의 첫걸음”이라며 여름 방학 때 1박2일로 함께 MT를 떠나기로 했다. [김경빈 기자]

“남남북녀(南男北女·남한 미남과 북한 미녀)라는 말이 있는데 맞나요.”(서울고 2학년 최원준)

 “저희 부모님이 바로 그 남남북녀예요.”(한겨레고 3학년 주혜지)

 서울 강남 학생들과 탈북 청소년들이 통일을 얘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서 서울고와 한겨레고(새터민 학교)가 함께 주최한 ‘통일을 준비하는 청소년 워크숍’에서다. 서울고 2학년생 20명과 한겨레고 3학년생 10명이 함께했다.

 서울고 서동근군이 “한국에선 청소년들이 노래방이나 PC방을 자주 가는데 북한에선 뭐하고 놀죠”라고 질문했다. 한겨레고 정혁군은 “전기가 부족해 남한처럼 게임이나 영화는 자주 접할 수 없어서 대신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체력을 길러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최원준군이 “북한 청소년들도 이성교제를 하는지, 남남북녀란 말이 맞나요”라고 물었다. 한겨레고 주혜지양이 피식 웃으며 “남남북녀란 말은 맞지만 북한에선 남한처럼 스킨십(신체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최영성군이 갑자기 손사래를 치며 말을 끊었다. “남남북녀라니요. 북에 있을 땐 몰랐는데 남한에 와서보니 ‘남녀북남’이 맞는 얘기예요.” 행사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생기발랄한 대화 속에도 통일 시대를 내다본 청소년들의 성숙한 고민이 엿보이는 질문도 많았다. “통일이 되면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갈등이 있을 것 같아요. 북한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주입하기 때문이죠.”(서울고 김찬수) “5~6세 때부터 김일성 부자를 우상화하고 한국을 매우 못사는 나라로 가르칩니다. (탈북하기 전까지) 그렇게 믿고 있었고요.”(한겨레고 조인덕)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정혁군은 “세뇌교육을 받았더라도 현실과 마주하면 잘못 주입된 사상을 바꿀 수 있다. 통일의 첫걸음은 북한 주민에게 진실이 뭔지를 알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청소년들의 역할도 논의됐다. 서동근군은 “오늘 탈북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편견도 사라지고 통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대화와 소통’이 통일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한겨레고 김정철군은 “통일의 혜택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군 복무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있을 수 있으니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 오세웅군은 “한국에선 입시 부담 때문에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통일에 대해 공부하긴 힘들다. 창의 체험활동 시간 등을 통해 학교에서 정규수업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토론 말미엔 학생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 한겨레고 최영성군은 “당장 북한 학생들을 만나긴 힘드니 탈북 학생들과 남한 학생들이 다양한 만남의 자리에서 서로의 간극부터 좁히자”고 제의했다. 서울고 고준영군은 “한겨레고와 서울고 학생들이 함께 축제를 연다거나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트)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자”고 제안했다.

 즉석에서 두 학교 학생들은 여름 방학 때 1박2일로 함께 MT를 가고 가을 축제도 교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KPX문화재단 배석홍 상무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고 이미숙 교사는 “청소년 세대부터 대화를 많이 나누고 거리감을 없애야 통일 후에도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작은 소통이 모일 때 큰 꿈인 통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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