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주철환 … 다시 학교로 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PD와 경영자로서 지난 30여 년간 방송인생 경험을 집약해 학생들과 만나겠다”는 주철환 교수. 6번째 인생 출발점에 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전문가가 인생의 가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후학양성이죠. 이제 그 길을 가려합니다.”

 JTBC 콘텐트본부장을 지낸 주철환 PD가 1일부터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일한다. 지난 2000~2007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한 데 이어 두 번째 교수 변신이다. PD·방송사 CEO·교육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그의 6번째 새 출발이다. 1978년 동북중학교 국어교사로 출발한 그는 MBC PD·이화여대 교수·OBS 경인TV 사장·JTBC 제작본부장 등을 두루 지냈다. 『더 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 『청춘』 등 14권의 책을 냈고 자작곡을 모아 2장의 앨범도 냈다.

 1983~99년 MBC PD로 일하면서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연출한 그는 스타PD 1세대로도 꼽힌다. 홍경수 순천향대 교수의 표현대로 “글쓰기를 통해 PD와 대중 간의 소통을 시도한 첫 번째 PD이자, PD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PD들과 대중에게 알린 첫 인물”이다. PD의 사회적 영향력, 브랜드 가치를 일깨웠고 스스로 유명인이 됐다.

독특한 수사학으로도 유명하다. ‘PD는 주전자가 있어야 한다. 주체성·전문성·자존감’, ‘PD에겐 3ㅅ, 3ㅊ이 필요하다. 상상력·설득력·순발력·창의력·추진력·친화력’ 등이다.

 “가끔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냥 제 자신이 하나의 문화콘텐트 같습니다. 주철환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연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학생들에게는 지난 30여 년 경험을 살려 콘텐트 기획력, 아이디어 창출과 추진 과정 등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방송계에서 그는 마당발에 젊은 감각을 놓지 않는 PD로 유명하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이루게 해주는 일이 제 적성 같아요. 그건 방송일 수도 있고, 교육일 수도 있고요. 주어진 시간 안에 무언가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PD와 교육자는 닮은 꼴이죠. 교육엔 PD 마인드, 방송엔 교육 마인드가 필요하지요.”

 아직도 30년 전 중학교 제자들을 만나고, 8년째 아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는 그다. 주말이면 진로상담을 받으러 그를 찾아오는 낯선 젊은이들이 줄을 잇는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돈 버는 재주는 없어도 사람을 버는 재주는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친화력이 PD로도 큰 강점이 됐죠.”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의 배우 김혜자, 김수현 작가, 탤런트 김희애와 고 최진실, 개그맨 박명수와 박경림 등 스타군단들과의 친분도 그렇게 유지한다.

 나이를 가늠키 어려운 동안(童顔)으로 유명한 그는 젊음의 비결로 “젊음을 동경할 뿐 아니라 젊음과 동행한다”고 했다. 어려서 어머님을 일찍 여의고 고모 댁에서 자란 유년기의 외로움이 오히려 “남다른 창의력의 원천”이라고도 했다.

“칭찬의 달인인 고모님 덕에 항상 난 할 수 있어, 난 잘 될 거야 하는 확신이 있었죠. 저야말로 결손가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니까요”(웃음)

 2009년부터 몸담은 JTBC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어린시절 나를 즐겁게 해주던, 모던하면서도 시대를 앞서간 TBC의 부활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JTBC가 젊은 이미지의 방송사로 안착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새로움과 즐거움의 결합이 연출의 모토였다”는 그는 또 “PD로서 은퇴는 없다”고도 했다. “이제야 김태호·나영석과 겨루는 PD는 못되겠지만, 언제든 제가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꼭 하고 싶습니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