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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즈네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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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실각설」과 「와병설」을 꼬리처럼 달고 다니던 「브레즈네프」(69세)가 당서기장에 재선되었다. 다음 전당대회가 열리는 1980년까지는 일단 지위가 안정된 셈이다. 그러나 임기의 보장은 따로 없고 언제 정치적인 돌풍을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좌골신경병·백혈병·암·심장병·폐렴…소문에 의한 「브레즈네프」의 병역은 실로 화려하다. 소문이 아니라 「브레즈네프」를 가까이 만나본 사람들조차도 그의 건강을 의심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건재는 그 많은 병명들이 단순히 「외교적 질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만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 바깥일 보다 안의 일이 더 중요할 때…이를테면 이런 상황들이 병으로 대변되었던 것 같다.
공산세계에서는 집권10년이 그리 긴 세월은 아니다. 「스탈린」이 30년, 모택동이 27년을 기록하고 있다. 「브레즈네프」는 전임자인 「흐루시초프」에 1년을 더한 12년 집권에 접어들고 있다.
이것은 그의 정치적인 역량이나 술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브레즈네프」가 권좌에 오르자 서방의 「업저버」들은 『「그레이·플란넬·샤쓰」를 입은 사나이』라고 빈정댔었다. 평직으로 짠, 털이 보송보송 일어나는 모직물의 「샤쓰」는 어딘지 부드럽고 호사스러운 인상을 준다.
가슴에 쇠별을 주렁주렁 달고, 때로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든 채 「테이블」을 꽝꽝 울려대던 「흐루시초프」의 인상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런 「브레즈네프」를 놓고 미국의 GM(재너럴·모터즈)을 맡아도 능히 경영해 나갈 사람이라고 한 만평도 있었다.
한편 그는 고급「세단」을 좋아하고 사냥도 즐길 줄 안다. 집에서는 음악감상을 취미로 삼고 있다고도 한다. 『「플란넬·샤쓰」를 입은 사나이』가 할만한 일을 전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브레즈네프·독트린」은 「플란넬·샤쓰」의 그것이 아니다.
1968년 「체코」가 『자유』에 전염되기 시작하자, 그는 50만명의 병력과 무력을 발동,「체코」를 짓밟고 피묻은 발자국을 남겼었다. 월맹에도, 「아랍」세계에도 무기를 주며 뒤를 버티게 했다. 국내에선 무수한 지식인들을 정신병자로 몰아 「사나토리움」으로 보냈다.
「솔레니친」의 추방이나 「사하로프」의 줄기찬 항거는 바로 「브레즈네프」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철강노동자의 아들다운 비정과 음흉의 인물인 것이다. 그의 재선과 건재는 바로 이런 모습의 「리얼」한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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