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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맥증권 손실금 놓고 증권사·거래소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맥투자증권 사건을 계기로 금융투자업계가 한국거래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36개 증권사와 선물회사 관계자들은 28일 한국거래소 주주협의체(대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를 구성했다. 이들 증권·선물사는 거래소 지분을 90% 가까이 쥔 주주들이다.

 공식적인 거래소 주주 모임이 결성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말 터진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옵션 주문 실수 사건이다. 이 사고로 한맥 측은 462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지급불능 상태가 됐다. 이에 거래소는 회원사들이 조성한 손해배상 공동기금에서 결제 대금을 대신 내줬다. 현재까지 미상환 금액은 403억원이다. 이후 영업이 정지된 한맥증권은 당시 거래로 360억원가량을 챙긴 외국계 헤지펀드와 이익금 반환 협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진척은 없다. 한맥증권 관계자는 “한 차례 접촉한 이후 상대방이 협상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동기금의 손실분은 이달 말까지 증권·선물사들이 나눠서 채워 넣어야 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업계에선 사고 당시 거래소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회원사들이 애꿎은 손실을 보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거래소가 착오거래 구제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결제를 유예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람에 초기에 수습할 기회를 놓쳤다”면서 “더구나 손실까지 알아서 채워 넣으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원사들은 또 그간 새로운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 배당금 결정 등의 과정에서도 거래소가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해 왔다며 향후 주주협의체를 중심으로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한맥 사건은 금융실명제법, 자본시장법 등 규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서 “회원사와 거래소의 손실 분담 문제 등은 법령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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