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고개숙여 인사한 여인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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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5박 7일 간의 네덜란드ㆍ독일 순방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청와대가 30일 공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때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박 대통령을 만나자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며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 이후 여러 차례 박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식 인사를 통해 친분을 표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저녁 감기몸살 증세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추최 만찬에 참석하지 못하자 이튿날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캐머런 영국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 등은 박 대통령에게 “좀 어떠시냐”고 물으며 박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해줬다고 한다.

‘수첩공주’란 별명을 가진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의 오찬 도중 메뉴가 적힌 종이에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고 한다. 국왕의 모친인 베아트릭스 전 여왕이 “무얼 그리 열심히 적느냐”고 물었고 박 대통령은 “국왕 말씀이 너무 지혜로워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여왕은 “내 아들이 그렇게 지혜로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오찬에 함께 한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면서 알렉산더 국왕에게 우리나라의 의료기술도 홍보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히딩크 감독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데 2016년부터는 다시 감독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통일 구상을 발표한 독일 드레스덴은 박 대통령 일행을 환대했다고 한다. 드레스덴이 주도인 작센주(州)의 스타니슬라프 틸리히 주총리는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떠날 때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특히 하이마 오로스 드레스덴 시장은 틸리히 주총리가 지난 27일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박 대통령에게 “드레스덴 거리 중 하나를 선정해 한국거리(Koreastrasse)로 명명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드레스덴 궁내의 왕실보물관에는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가 설치됐다. 작센주의 주요 관광명소 중 처음이다. 이곳은 15~18세기 작센주 영주가문이 수집한 보물이 전시돼 있는데, 박 대통령은 주총리 주최 만찬에 앞서 열린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에 개통식에 참석했다.

◇“유럽의 실리콘벨리, 한국 통일 후 발전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이 이후 드레스덴에 위치한 유럽 최대 첨단세라믹소재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를 찾았다. 프라운호퍼는 독일 4대 국가연구소 중 하나로 1949년에 설립된 대표적인 응용산업 연구분야 연구소다.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통일 이후 드레스덴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워질 정도로 재건과 발전에 성공한 것은 프라운호퍼연구소, 드레스덴공대와 같은 우수한 국가연구소와 대학이 공조해 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산ㆍ학ㆍ연 협력 시스템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일식 창조경제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산ㆍ학ㆍ연 협력 시스템과 드레스덴의 통독 후 성공적인 발전 사례가 한국의 창조경제 추진과 통일 후 발전전략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한국과 독일의 산업체, 연구기관, 대학 및 정부 관계자들과 ‘산ㆍ학ㆍ연 협력을 통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ㆍ강소기업) 육성전략’ 간담회도 가졌다. 박 대통령은 또한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이공계 출신 대통령으로서 에너지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한 창조기술 분야의 양국의 협력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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