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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사무소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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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 수락연설을 마친 뒤 현악4중주로 연주된 ‘그리운 금강산’(가곡)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독일어로 “Wir sind ein Volk(우리는 한 민족이다). 통일 직후 동서독 주민들이 하나 되어 부른 뜨거운 외침이 한반도에서도 꼭 울려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한스 뮐러 슈타인하겐 총장, 박 대통령, 스타니슬라브 루디 틸리히 작센주 총리, 로타어 데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드레스덴=변선구 기자]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평화통일을 위한 3대 어젠다를 제시했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드레스덴에서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했다.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세 가지 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 인프라 구축을 위해 “농업생산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에 농업·축산·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이 힘을 합해야 한다”며 “신뢰가 쌓이면 보다 큰 규모의 경제협력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 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교통·통신 등 가능한 부문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 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합농촌단지 조성 구상에 대해선 ‘북한판 새마을운동’의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공동 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까지 언급한 것은 경제교류와 협력 등 경제 통합 노력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 연구와 보전, 문화예술·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인도적 문제 해결 어젠다에 대해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평화공원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분단을 통일로, 동아시아의 갈등을 화합으로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한과 유엔이 함께 조정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또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하기 바란다”며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필요하다면 주변국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 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발전시켜 북한의 안보우려도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해 통일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등 포괄적 정치협상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드레스덴=신용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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