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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드레스덴 선언, 남북 교류·협력 확대 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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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 평화통일 구상을 밝혔다. 남북 간 단계적·포괄적 교류·협력 방안을 선보이면서 이를 협의할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한에 제안했다. 독일 통일 대박의 땅 드레스덴시에서 통일 대박론을 구체화한 셈이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잿더미였던 옛 동독의 도시로 통독 후 독일은 물론 유럽의 문화·교육·경제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박 대통령은 4개의 장벽을 허무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했다. 남북 간 군사적 대결, 불신, 사회·문화의 장벽, 그리고 국제사회와 북한 간 단절과 고립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이 단순히 하나의 영토, 하나의 체제를 만든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통일 대박론이 북한 흡수 통일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북한의 경계심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실질적 남북 통합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의 세 분야를 제시했다. 첫째는 인도적 문제 해결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북한 산모와 유아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 둘째는 남북 공영을 위한 어젠다다. 북한 지역에서의 남북 복합 농촌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 형성을 전제로 큰 규모의 경제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한의 북한 교통·통신 인프라 투자와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예로 들었다. 마지막은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작업으로 역사·문화예술·스포츠 교류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비핵화 작업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류·협력의 세 분야마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과 협력을 강조한 점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국제사회와 더불어 남북 간 협력사업이 진행되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향후 세 분야의 협력이 시작되면 인프라 투자나 추가 공단 건설과 같은 대규모 경협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첫 관문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다. 북한은 상황 악화조치나 대남 비방을 중지하고 여기에 호응해 남북 교류·협력의 새 길을 열어야 한다. 남북 간 신뢰가 하나하나 쌓여갈 때 남북 경제공동체의 대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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