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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데뷔 시켜 줄게" … 20대 여대생 뽑아 성매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모델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모델 ○○’.

 설모(39)씨는 2004년 모델 전문 기획사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델 에이전시와 비슷한 이름 덕에 간간이 일감도 들어왔다.

 하지만 단역 이상으로 뛰어넘긴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쇼핑몰 피팅모델로 눈을 돌렸다.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예 ‘국내 최초 피팅모델 전문 양성 아카데미’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일반인도 누구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달콤했다. 설씨가 내건 무료 프로필 사진 촬영은 미끼였다. 한껏 자태를 뽐낸 710여 명의 모델 지망생 사진은 기획사 블로그에 올라갔다. 홈페이지엔 ‘국내 브랜드 파워 1위’ ‘소비자 선정 대한민국 경영대상’ 등 허위 광고를 버젓이 올렸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층 대담해졌다. 신용불량자 처지가 된 설씨는 유흥업소의 김모(24) 영업이사와 손잡고 본격적인 헌팅에 나섰다.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모델 지망생들에게 무차별 접촉해 공짜 성형수술은 물론 데뷔까지 시켜주겠다고 접근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는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회사는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대부업체를 통해 1100만원을 대출받게 했다. 다음 코스는 설 대표와의 잠자리였다. 김씨는 “모델 데뷔하려면 성상납은 필수인 것 모르느냐”고 윽박질렀다.

 회사는 “시간당 100만원이면 미스코리아, 여자 연예인, 레이싱 모델 등과 즉석 만남 가능” 같은 문자를 무작위로 뿌려댔다. 이씨도 두 차례의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이씨가 이를 거부할 때마다 “모델 바닥에 있기 싫으냐”는 폭언이 돌아왔다. 사기당한 걸 알았지만 설씨가 찍은 성상납 동영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설씨는 계약을 맺은 여성 7명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말을 듣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설씨와 김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설씨는 대학생·주부 등 20대 모델 지망생 23명으로부터 돈을 가로채고 성상납과 성매매를 시킨 혐의다. 17명이 빼앗긴 돈만 1억8800만원에 달한다. 이 중에는 “파티 매니저로 참석하면 한 달에 50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말에 싱가포르로 떠나 현지인과 강제 성매매를 한 경우도 있었다. 성매수남 8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 1월 비키니 모델 선발대회를 열고 인터넷 성인방송도 기획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소규모 기획사들이 연예인 데뷔를 하려면 성상납이 필수인 양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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