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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빅데이터, 이통의 미래 먹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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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장 큰 화제는 ‘빅데이터’와 ‘웨어러블(입는) 컴퓨터’였다. 국내 이통사들도 예년과 달리 올해 MWC에서는 빠른 이동통신기술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연결된 기기들끼리 통신을 하는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보안·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스마트 생태계’ 자체를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국내에 이통 서비스가 도입된 지 30년 만에 이통사들이 스마트 생태계에 눈을 돌린 것은 전통적인 휴대전화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에서다. 올 1월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482만 명으로 인구 한 명당 이미 한 대 이상의 단말기를 갖고 있다. 이통 3사가 치열하게 가입자 뺏기 경쟁을 해도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반면 스마트 생태계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에 집중돼 있던 정보통신기술이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 더 나아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SK텔레콤 T카를 비롯해 실시간 차량운행 기록장치와 실시간 멀티미디어 전송 기능이 있는 통신형 블랙박스 등이 개발됐다. RFID 시스템이 내장된 카드로 배출한 음식물 쓰레기양을 계량하고, 이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지방자치단체 사업도 KT와 LG유플러스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 생태계 구축과 함께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사실 통신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특성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단순히 통신망 구축에 그치지 않고 개발도상국의 종합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컨설팅 사업으로 진화했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25년간 LTE 통신망 도매사업권을 따낸 KT는 통신망 구축 이후 르완다에 정보기술(IT)을 함께 이식하기로 했다. 르완다를 기반으로 아프리카 전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스마트 생태계에서 우군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소규모 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발을 뻗었다. SK텔레콤의 미국법인은 캘리포니아 니베일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 ‘이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LG유플러스도 대만 이통사 TSCC에 LTE망 구축 노하우를 컨설팅하고 있다. IT 전문컨설팅업체인 로아컨설팅 김진영 대표는 “통신망 구축보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에서 노하우를 이전하는 것이 글로벌 통신서비스 사업자로 진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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