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화적 괴물·신앙의 대상……용-동물학자가 말하는 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는 새해는 용의 해라고 한다. 병진은 12간지가운데 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용은 동서양에서 모두 괴물로 여기는 상상적인 동물로서 머리는 기린과 같이 길쭉한데다 돌기가 나있고 사지에 크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며 몸통은 뱀이나 악어와 같은 모양으로 큰 비늘이 몸을 싸고 있는 등 형태는 대개 일치하는 듯 하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의 용은 몸통이 볼록하여 지금의 악어와 오히려 비슷하고 날개가 있다.
이와는 달리 동양에서의 용은 몸통이 뱀과 같이 날씬하게 길며 날개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히 회화로 나타내는 용의 모습은 뿔은 사슴과 닮았고 눈은 귀신의 눈과 같아 크고 부리부리하며 귀는 소의 것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상만 해도 무서움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니다.
이와 같이 용의 외부형태는 일정치 않으며 민족이나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보아 지금의 뱀이나 도마뱀과 매우 흡사한 점이 많으므로 파충류에 속하는 동물이라고 하겠다.
파충류의 조상형을 살펴보면 지금으로부터 약2억5천만년전인 고생대 말에서 중생대 초에 걸쳐 공룡·익룡·어룡 등 중요한 종류가 모두 나타나서 파충류의 시대를 이루었었다. 당시의 이들 모습은 현재의 파충류와는 차이가 많지만 생물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추적하면 닮은 점이 많다. 이러한 파충류의 조상형과 지금 우리들이 상상하는 용의 모습을 비교하여 볼 때 서양의 용은 익룡과 닮았고 동양의 용은 어룡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용의 생태를 보면 동서양에서 모두 물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서식처도 깊은 연못이나 바다로 되어있는데 이점도 파충류의 조상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용의 형태와 생태를 볼 때 인류가 상상하고 있는 용은 막연하게 근거 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난 것은 파충류시대 보다는 훨씬 뒤지만 지금의 용과 닮은 파충류가 있어서 인류에게 위협과 공포를 줌으로써, 이것이 전래되어 내려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용의 모습도 전해져 내려오는 동안에 변화하여 진화를 하였으며 이는 민족이나 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의 용을 상상하게 하였다. 특히 「유럽」·인도·중국 그리고 한국 등에서는 신비적인 괴물로 생각하고 있고 민속적인 신앙이나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서 실제의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러한 모습으로 표현된다고 보겠다.
결국 용은 맨 처음의 인류에게 나타났던 파충류의 조상형이 그 이후로는 상상으로 전해오면서 진화되어 지금의 용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종류도 비교적 다양하여 뿔의 유무, 수염의 유무와 길이, 귀의 유무, 얼굴의 모양, 몸의 빛깔 등이 다른 용이 생겨났으리라 생각한다. 【윤일병<고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