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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궁금한 곳 긁어주니 … 회원수 21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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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꿈꾸는 여성’을 위한 여성 전문 사이트인 드림미즈의 천선아 대표. [김상선 기자]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여자들이 엄마만 되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 있어요. 바로 꿈을 포기하는 거죠”

 천선아(47) 드림미즈 대표가 지난 2000년 주부 전문 사이트를 열게 된 데는 이런 안타까움이 있었다. 회사명도 ‘꿈꾸는 여성’들을 겨냥해 지었다. 당초 사이버 주부대학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조기 영어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쑥쑥닷컴’과 자녀 교육 사이트인 ‘맘스쿨’을 연이어 열며 주부 포털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직원 50명에 회원 수는 210만 명에 달한다.

 천 대표는 스스로 자신을 ‘주부 전문가’라고 칭한다. 결혼 후 7년간 잡지사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면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기사를 써왔다. 그러다 1997년 PC통신의 IP사업을 이용한 주부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주부들의 마음을 잘 알게 됐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심정으로 사업을 벌였다.

 회사의 주축인 쑥쑥닷컴이 그랬다. 엄마들은 자녀들의 성적표를 곧 자신의 성적표로 여긴다는 점을 공략했다. 마침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던 시절이었다. 회원들이 해외 출판사의 영어 그림책에 대한 꼼꼼한 후기와 활용법을 서로 공유하도록 했다. 반응은 빠르게 왔다. 쑥쑥닷컴이 소개한 책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출판사들은 공동구매에 참여시켜 달라며 줄을 섰다.

 굴곡도 있었다. 영어 교육 교재는 빠르게 전자책(eBook)과 모바일 앱 등으로 옮겨갔고, 경쟁 업체들은 늘어났다. 2009년 137억원까지 늘었던 드림미즈의 매출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쑥쑥닷컴의 수입이 줄면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천 대표는 몸집을 줄이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나 둘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생긴 중복된 기능을 과감히 정리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2010년부터는 모바일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월 방문자수가 20만 명이다.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일은 사람을 구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지난 15년을 한마디로 ‘사람과의 전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사업 초반엔 웹 프로그램과 웹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를 찾지 못해 전쟁을 치렀다. 인터넷 사업 초창기였던 만큼 전문 인력이 부족했고, 그나마도 대기업이 싹쓸이 해갔다. 간신히 구한 직원도 급여나 업무 조건이 맞지 않다며 퇴사하겠다고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사업보다는 나가겠다는 직원을 붙잡고 씨름하는 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늘 지기만 했던 사람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늘 쫓기듯 일하는 저를 본 친정 어머니가 말했죠. ‘너랑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고 사니? 네 성격 다 받아줘가며 일하는 사람들인데, 항상 고맙다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조금 실수를 해도 넘어갈 수 있고, 그러면 그 상대방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요. 그 말이 하루 종일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날 이후 드림미즈와 천 대표는 바뀌었다. 일 년간 꼬박 적금을 부어 그 돈으로 전 직원이 함께 해외 여행을 갔다. 혹 여행을 못 간 해에는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주는 것도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직원들끼리 가족처럼 챙기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드림미즈를 퇴사했던 사람들까지 연어처럼 다시 돌아왔다. 천 대표의 다음 목표는 직장내 보육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부터 ‘꿈꾸는 여성’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2016년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글=안지현 기자 IBK기업은행·중앙일보 공동기획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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