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북·중 핵 이견 … 중국식으로 설득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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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월드포럼센터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 등 세계 53개국 정상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는 다자 정상회의다. 지난 회의는 2012년 서울에서 열렸다. 박 대통령이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해 의견을 접근시키며 회담 재개에 한 발 다가섰다. 23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같이 의견을 모음에 따라 25일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 때 이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24~25일) 참석차 헤이그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그간 6자회담 수석대표 간의 북핵 해결 논의에 진전이 많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있고 북한 핵능력 고도화 차단의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미 수석대표 등이 관련 노력을 하도록 하자”고 제안,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의 병진정책은 불가능하고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반드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시 주석과 이견을 보였다.

 시 주석도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하며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중·북 양국 간에는 핵문제에 관해 이견이 있으나 현재 중국 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북한과의 이견’을 공식 언급한 건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시 주석의 발언은 일관되고도 명확한 입장으로, 두 정상이 6자회담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 가깝게 입장을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6자회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유연해진 것은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을 북한 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란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선도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북핵 위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통일준비위원회에 대해 설명하고 ‘자주적 평화통일 지지’라는 호응을 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통일준비위를 발족할 예정”이라며 “통일된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로서 평화의 상징이 되고 동북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 측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며 남북한 간 화해와 평화를 이루고 나아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로써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통일준비위 구상을 가장 먼저 지지한 정상이 됐다.

 ◆“조속한 FTA 결실”=박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지난해 9월 1단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2단계 협상도 원만히 진행돼 올해 중 FTA가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올해 시 주석의 방한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수준 높고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FTA를 조속 체결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고 이 지역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쥐는 일이므로 협상 과정을 가속화해 조속히 결실을 맺기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헤이그=신용호 기자, 유지혜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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