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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웹의 심장이 가장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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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카리 웹이 미국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끝난 JTBC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있다. [피닉스 AP=뉴시스]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언더파로 18번 홀 그린에서 버디 퍼트에 도전한 선수는 다섯 명이었다. 가장 먼저 그린에 도착한 선수는 카리 웹(40·호주)이었다. 선두와 6타 차 공동 20위로 우승에 대한 큰 희망 없이 경기를 시작했다가 8타를 줄이면서 마지막 홀에 온 웹은 만만치 않은 여덟 발자국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19언더파가 됐다. 그러나 20여 명의 경쟁자가 남아 있었고, 후반에 버디가 가능한 홀이 많아 웹의 우승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애리조나 소노란 사막의 태양 볕에 지친 선수들은 좀처럼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골프장 이름은 와일드파이어(wild fire). 들불이라는 이름처럼 열기가 뜨거웠다. 천재 소녀 리디아 고(17·호주)는 열을 식히는 쿨러를 목에 걸고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태양은 뜨거워져 선두권 선수는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카리 웹은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왼쪽부터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웹, 김동섭 J골프 대표. [성호준 기자]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제시카 코르다(21·미국)는 7번 홀에서 더블파를 하며 무너졌다. 2~5번 홀 4연속 버디로 20언더파까지 치고 나갔던 리디아 고도 이후 보기 3개를 하면서 물러섰다. 1타 차로 2위였던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9번 홀에서 칩샷 뒤땅을 치면서 더블보기로 밀려났다.

 웹은 클럽하우스에서 TV를 보면서 18언더파의 양희영(25·KB금융그룹)과 아자하라 무뇨스(27·스페인)의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들어가지 않는 것을 봤다. 그러자 웹은 연장전을 예상하고 연습장으로 나와 샷을 했다. 그곳에서 이미림의 버디 퍼트도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연습 그린에서 리디아 고의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서 터진 갤러리들의 탄성 소리를 들었다.

 카리 웹이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웹은 이날 버디 10개를 잡으면서 9언더파 63타를 쳐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18언더파는 무려 5명이었다. 웹은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 중 5만 달러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와 USGA(미국골프협회) 소속의 여자 선수들을 위해 기부했다.

 웹은 “나중에 연장전을 치를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이렇게 우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웹은 지난달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여자 오픈에서도 선두 최운정(24·볼빅)에게 5타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해 역전 우승했다. 웹은 “그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 선두권이 함께 무너질 수도 있었다. 잘 치면 기회가 있다고 봤다. 오늘은 선두권에 선수가 많았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호주 오픈에선 바닷바람이, JTBC 파운더스컵에선 사막의 태양이 그를 도운 셈이다.

 웹은 올해 두 번이나 역전승을 했지만 반대로 지난달 열린 HSBC 챔피언스에서는 최종 라운드 선두로 출발했다가 폴라 크리머(28·미국)에게 역전패했다. 이날 벌어진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아담 스콧(34·호주)이 역전패했다. 웹은 “잘 못해도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에 앞서 나가는 것보다 뒤에서 쫓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2011년 시작된 파운더스컵은 LPGA 창립자를 기리는 대회로 올해는 JTBC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웹은 3년 만에 대회 정상을 되찾았다. 그는 “투어 창립자들을 기리는 중요한 대회에서 우승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안니카 소렌스탐(44), 박세리(37)와 함께 3두마차를 형성했던 웹은 만 40세인 올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웹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 금메달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16번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고, 17번 홀에서 2.5m 버디가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에 실패하면서 결국 18언더파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미림, 양희영,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 아자하라 무뇨스도 18언더파다.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17언더파 공동 7위이며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16언더파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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