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 「사법자치」의 조화를|공익법인법안의 취지와 문제점|출연목적과 취지 존중돼야|지나친 규제로 민간창의 위축시킬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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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 제출한「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안」온 공익법인이 본래의 목적 사업에 충실하도록 규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게 여당측의 설명이다. 아마 이러한 취지자체에 찬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공익법인의 재산이 설립자의 출연을 통해 사회에 환원되었다는 인식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공익법인에는 사회성 및 객관성이 요청된다.
그러나 사법체계에선 이에 못지 않게 기본적인 것이 사법자치, 다시 말해 의사자치의 원칙이다. 재단법인의 경우에는 출연자의 출연목적과 취지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민법적 관점에서 볼 때 공익법인에 관한 이번 법안은 허다한 공권력의 개인으로 사법의 체계를 벗어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자칫 공익목적에 재산을 출연하겠다는 의욕을 위축시킨다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의 방향이나 방식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새 법안은 출연자의 법인운영권배제·주무관청의 감독강화·공익법인의 수침사업제한에 주안점을 두고있다.
출연과 운영의 분리는 법인을 탈법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자는 데 원래의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출연자가 운영을 좌우하면 공익목적에 투철하기 어렵고 제3의 관리자가 운영을 맡으면 공익에 충실하리라는 식의 논리는 너무 소박한 발상이다.
오히려 법인의 설립취지나 목적에 가장 투철한 사람은 출연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출연과 운영의 분리는 출연자와 공익법인의 재산처분을 차단하려는 데도 한 목적이 있는 듯 하나 공익법인의 재산처분은 법에 의해 철저히 감독하면 되는 것이며 상속도 법에 의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삼스레 처분·상속의 우려는 생길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법인은 영리법인과 구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해서도 출연자와 특별관계에 있는 이사의 상한이 새 법안에는 전체의 3분의1,상속세법시행령에는 완전금지, 문교부의「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규칙」에는 전체의 반으로 구구각색인 점도 문제다.
또 다른 푠 특색은 주무관청의 감독권의 대폭강화다. 원래 민법상에도 주무관청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사무의 검사 및 감독·연도별보고수령·설립허가취소·정관의 변경허가 등 기본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설립목적범위안의 운영과 활동은 의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이사회에 맡겨져 있다. 그러던 것이 새 법안에 의하면 전반적인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관선감사를 통해 법인의 운영에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사는 이사회의 회의록 날인·불법부당행위의 주무관나보고·이사에 대한 직무집행 유지강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된다.이렇게되면 주무관청이 추천한 감사가 이사회의 기능을 능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법인의 자율성이나 민간의 창의성이란 요구와 충돌한다.
또 공익법인이 행하는 수익사업의 강력한 규제도 문제다.
자칫 기본재산 잠식이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속세법시행령은 법인의 연도별 사업지출액을 기금의 은행금리 해당액의 반이상,또는 당기순리침의 80%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경제침체로 출연재산을 구성한 부동산의 가격상승이나 주식배당이 없을 경우 매년 은행금리의 우인 기금의 7.5%씩을 잠식, 13년 후이면 기금이 소진되는 극단적 경우도 상정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금의 가치 증식을 기하기는 도저히 힘들어진다.
그러나·공익법인이 일시적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기념비적인 사업을 하자면 기금의 증식이 도외시되어선 안될 것 같다.
「노벨」 상의 경우에도 재단의 기금이 출연당시 9백만「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약 1천7백만「달러」로 늘어 5개 부문의 상금이 각각 3만「달러」에서 6개 부문의 14만3천「달러」로 증가되었다.
이러한 점등을 감안할 때 새로운 규제법은 문제점이 많다.
권장되어야 할 공익법인이나 민간의 창의가 과도한 규제로 위축된다면 이는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못되지 않을까.
공익법인운영의 부상은 현행민법의 감독규정과 문교부의「설립 및 감독규칙」의 짬용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만큼 새로운 입법이 교각살우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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