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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태현이 없인 안 돼" 팀 해체 직전 다시 뭉쳤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가대표로 뽑히기만 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길로 고생문이 훤히 열린 거였어요.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사방이 암초였지요. 새 키트의 모터가 불량인데 교환을 못 받아 연습이 마비되거나, 주문한 물품이 하도 안 오거나 하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어요. 하지만 이 모든 건, 팀이 해체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요.

‘팀RGB'가 맞은 위기의 순간들

첫 번째 고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이었어요. 엄마들은 미국 왕복 항공권도, 일주일이 넘는 숙박비도 부담스럽지만, 밥값이나 기름값도 만만치 않겠다고 걱정을 하셨어요. 같이 우승한 중고등학교 형들은 장학재단에서 비행기 표를 지원받았는데, 저희 팀은 너무 어려선지 후원을 받지 못했어요. 다른 재단에 도움을 구해 봤는데 줄줄이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1 팀RGB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으로 661만원을 모았다.

처음부터 힘이 빠지는 일을 겪다 보니 지쳐버렸나 봐요. 태현이가 조심스레 불참의사를 밝히더군요. 돈도 문제지만, 목돈을 들여 대회에 나가도 현지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죠. 누나가 수험생이라 엄마가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녀석은 시무룩한 목소리로 다른 친구를 찾아보라고 말했어요. 아니면 석규랑 둘이서라도 대회에 나가거나요. 하지만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었지요.

태현이를 대신할 수 있는 팀원은 세상에 없었거든요. 저희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하나가 부러진 삼발이처럼 무너질 게 뻔했어요. 저흰 태현이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답니다. “우리 셋이 또 놀고 싶어서 ‘팀RGB’ 만든 거잖아. 너 없인 나도 안 갈 거야.” 감독님도 팔을 걷어붙이셨죠. “어머니가 못 가셔도 제가 잘 돌보겠습니다.” 결국 수험생 누나가 엄마 마음을 돌려놨답니다. “엄마, 가도 걱정 안 가도 걱정이라면 가서 걱정하세요. 밥은 제가 챙겨 먹을게요.”

2 무한궤도 바퀴를 장착한 스콜피온.

크라우드 펀딩으로 응원 받다

우리는 비용을 대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설날 세뱃돈 저금하기, 심부름하고 용돈 받기, 자투리 동전 모으기…. 한동안 길바닥에서 동전 줍는 게 제 취미생활이었다니까요! 그러던 중 ‘크라우드 펀딩’을 걸 알게 됐지요. 여러 사람이 조금씩 돈을 모아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거래요. 유레카!

얼마 전에 혼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아저씨가 있었잖아요. 그 분이 활용한 게 바로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였어요. 되든 안 되든, 도전했어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계획은 완전히 성공했어요. 목표액은 300만 원이었는데, 한 달 동안 그 두 배가 넘는 661만 원이 모였으니까요. 초등학생 크라우드 펀딩은 최초인 데다 텀블벅 과학기술 프로젝트 중에서도 모금액 역대 2등이래요! 어떤 대학생 누나가 쪽지를 보냈더라고요. “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와서 후회가 많아. 아무리 어려도 꿈이 있는 사람은 존경스럽고 부럽단다. 네 꿈을 응원하고 싶어!”

지난주엔 우여곡절 끝에 배달된 새 연습장에서 로봇 ‘스콜피온’한테 새 모터와 새 바퀴와 새 캐터필러(caterpillar·무한궤도)를 달고 성능을 실험해 봤어요. 새 모터를 넣은 태현이의 스콜피온은 더 힘이 세졌고, 터보 바퀴를 단 석규의 스콜피온은 더 빨라졌어요. 캐터필러를 붙인 제 스콜피온은 더 안정감이 생겼죠. 다음 주엔 하체 모양을 결정하고, 그 다음 주엔 집게와 삽과 지게차 중에서 상체의 모양을 완성할 겁니다. 이렇게 팀RGB와 스콜피온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크고 작은 고비 속에서도 조금씩 미국을 향해 날아가고 있답니다. 꿈의 힘으로요.

김서준 학생기자(NLCS제주 4학년)

팀RGB 멤버들이 각자 만들어온 스콜피온을 시연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백태현·로보쌤 노석규·김서준.

로보쌤의 원 포인트 레슨③로봇의 ‘발’ 바퀴

사람에게 발이 있듯 로봇에겐 바퀴가 있습니다. ‘휴보’나 ‘다윈’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있고, 다리가 여럿 달린 로봇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바퀴만큼 널리 쓰이고 있진 않아요.

바퀴는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발견된 5500년 전의 전차 바퀴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어요.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고 미끄러지는 정도를 조절하려고 타이어를 덧씌우는 정도지요. 바퀴는 그만큼 위대하고 완벽한 발명품으로 손꼽힙니다. 탱크나 중장비에 쓰이는 캐터필러도 일종의 바퀴인데요, 철판 여러 장을 벨트처럼 이어 붙여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도 이동할 수 있답니다.

여기서 ‘로보쌤’의 비장의 무기 ‘옴니휠’과 ‘메카넘휠’을 소개할게요. 앞뒤로만 구르는 둥근 바퀴에 좌우나 다른 각도로 돌아가는 작고 납작한 바퀴들을 여러 개 덧댄 형태죠. 모터의 회전방향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답니다. 벡스 아이큐 로봇에도 이런 최신 바퀴들을 적용해 보려고 해요. 결과는 일주일 후에 공개됩니다!

이종환 (서울 창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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