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불황이라는데도…몸에 벤 사치·낭비|절약·건전한 소비를 위한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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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국의 주부들은 오이한쪽도 끊어 사고 독일의 주부들은 연료 절약을위해 감자를 잘게 썰어 끓인다고 한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이미 아니다. 가계를 압박하는 물가고, 세계적인 식량부족과 자원 난. 앞날은 전에 없이 절약과 내핍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우리 사회의 사치와 낭비풍조는 『해방 후 자유로운 소비생활과 함께 미군 PX에서 유출된 외제사치품에서 비롯했으며 생산재보다 완성품위주의 원조방식도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희영씨·서울대부교수) .게다가 사회의 불안정으로 「찰라주의」사고방식이 만연, 저축보다 사재기에 몰두하고 건실한 생활보다 방탕하고 흥청거리며 인생을 즐기려는 경향이 뒤따랐던 것.
부유층은 부유층대로 『내 돈 갖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 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이웃을 돌볼 줄 아는 동질의식을 가져야 할것』 (연대쟁점대학원 김세중씨·30) 이며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해진 양말과 옷은 기워 입고 고추씨는 버리지 않고 빻아 된장에 넣어 먹도록』(가정주부 박명희씨·또·서울도봉구미아동504의후)하는 등 모두가 절약과 내핍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층 부유층이 검소한 생활과 절약을 몸소 실천하면 서민들에게 절약을 외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어려서부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부모들이 솔선한다면 자라나는 세대 역시 어려서부터 휴지 한장, 연필 한자루 낭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절약은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한다.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호화포장 돼 값이 훨씬 비싼「아이스크림」「콜라」등 청량음료 만해도 그렇다. 『주부가 손수 과일 「주스」 나 과자를 만들어 어린이들의 간식 비부터 줄여야 하며』 필요이상의 살림이나 쌀·연탄을 매점 매석해 쌓아 놓아야 살림 잘하는 주부로 착각하는 버릇부터 고쳐야한다. (가정주부 김안순씨·29)『가짜 박사 명함이라도 있어야 알아모시고 자가용이라도 타면 달려드는 여인들의 허영심등 알맹이보다 껍데기로 인간을 판단하는 모순이 없어져야 사치와 낭비가 사라지고 절약이 가능하다』 (회사원 천화평씨·28)·『우리는 외국에 많은 빚을 지고있고 38선을 경계로 북괴와 대치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의 나를 안다면 사치와 낭비란 있을 수 없다. 흐트러진 가치관·인생관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사회기강을 바로 잡아야한다』(연대정법대 추혜수 교수).『술집 종업원같이 소득의 재분배 없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운 층이 많다는 사회환경의 정화가 선행되어야한다』 (회사원 이취운씨).
다만 외형적인「운동」보다는 사치와 낭비풍조가 조성되기 어려운 정치적인 뒷받침, 과학적인 신념에서 출발한 절약을 위한 2세교육, 지도층의 솔선 수범등 설득력 있는 대책이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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